무전 받았지만 “위급상황 몰랐다”… 안일한 경찰 대응에 쏟아진 질타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 1차 청문회
여 “경력 요청 왜 안 했는지 의문”
야 “안전보다 마약 수사 집중 탓”
술 먹고 잠든 청장 보고 2번 놓쳐

이종철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가 정회 되자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다가가 항의하다 국회 경위에게 제지당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이종철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가 정회 되자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다가가 항의하다 국회 경위에게 제지당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4일 국회에서 1차 청문회를 열었다. 여야 모두 참사 당일 경찰의 허술한 대응을 문제 삼으며 거세게 질타했다. 여당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중심으로 경찰의 미온적 대처를 지적했고, 야당은 마약 수사로 경찰 대응이 부실했던 점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이 전 서장 등 40여 명이 출석했다.

여당은 특히 업무상 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 전 서장을 상대로 강도 높은 추궁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국정조사로 확인한 것은 다중인파 예측 실패, 신속한 보고시스템 부족, 현장의 체계적인 구조 부족 등”이라며 “여러분의 잘못이 있지만 (참사에 책임이 큰) 단 한 명을 꼽으라면 당시 용산경찰서장인 이임재 증인”이라고 지목했다.

전 의원은 ‘참사 당일 오후 9시 57분에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상황실장으로부터 특이사항이 없다고 보고를 받았다’는 이 전 서장 발언에 “그 보고가 정상적인가”라며 “(신속히) 경비경력을 서울경찰청에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나”라고 따져 물었다. 전 의원은 이어 이 전 서장을 향해 “(당일) 오후 10시 35분 무전에 최초 등장을 하는데 그때는 참사인지는 몰랐나”라고 묻자 이 전 서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또 “경비경력을 서울경찰청에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생각을 안 해봤나”라고 전 의원 물음에 이 전 서장은 “그때 당시에 그런 위급한 상황 자체를 인지 못 하고 있던 상태였다”고 답했다. 이 전 서장이 당시 현장에 도착해 파출소 옥상에 올라갔다는 점을 지적하자 이 전 서장은 “높은 곳에서 전체를 보면서 지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해명했다.

조수진 의원도 이 전 서장을 겨냥, “현장 상황을 보고 받았는데도 도보로 10분을 걸릴 거리를 차로 1시간 걸려서 이동한 점 등이 의문”이라며 “이 사이에 제대로 조치가 없어서 대규모 피해가 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야당은 당시 경찰 업무가 시민 안전보다는 ‘마약 수사’에 편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경찰이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 대비하지 않고 마약 수사 등에 역량을 집중해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최을천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을 상대로 “참사 당일 증인을 포함해 50여 명의 형사가 이태원 일대에서 마약류 범죄 단속 예방을 위한 특별형사활동을 벌였다”며 “시민의 안전을 우선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증인은 참사 이틀 전인) 이태원 지역에 형사 인력을 보강하라고 지시했는데, 이는 마약 등의 범죄 예방을 위한 가시적인 경찰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의원은 김 청장에게 “서울경찰청은 올해 인파 운집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기동대를 배치했냐”고 물었다. 김 청장은 이에 “인파관리를 위해 배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충북 제천시를 방문해 등산한 뒤 술을 마셨다고 시인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이종철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정회 중 윤 청장에게 다가가 항의하다가 국회 경위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윤 청장은 참사 당일 음주를 했냐는 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질문에 “음주했다고 (이미) 말씀을 드렸다”고 답했다.

윤 청장은 참사 당일인 지난해 10월 29일 지인들과 월악산을 등산한 뒤 오후 11시께 인근 캠핑장 숙소에서 취침했다. 당일 서울에 각종 집회가 예고돼 있었고 핼러윈 축제와 관련해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찰 최고 책임자의 음주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 청장은 술을 마신 뒤 잠에 들어 당일 오후 11시 32분과 52분 경찰청 상황담당관의 참사 발생 사실 보고를 놓쳤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