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 건물 전체가 중도입국 아동 전담 시설… 부산과 너무 다른 수도권 [이방인이 된 아이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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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실·체련실 등 갖춘 수원센터
한국어교육에 특화된 서울센터
10여 년째 적응 돕는 맞춤형 지원

수원시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 K팝 댄스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중도입국 아동·청소년들(위)과 지난달 서울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 ‘한국어 교실’ 졸업식. 수원센터·서울센터 제공 수원시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 K팝 댄스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중도입국 아동·청소년들(위)과 지난달 서울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 ‘한국어 교실’ 졸업식. 수원센터·서울센터 제공

지난달 28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큰길 뒤편의 낮은 주택 사이에 5층 건물이 우뚝 서 있다. ‘수원시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이하 수원센터)다. 밝은 외벽에 반짝이는 유리창이 유독 눈길을 끈다.

‘선생님 사랑해요!’ ‘센터에 와서 행복해졌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층 북카페에 들어서니, 중도입국 아동청소년들의 사진 옆 여기저기에 글귀가 적힌 메모가 나붙었다. 한쪽에 마련된 휴게 공간은 오가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 준다.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을 사실상 방치하는 부울경(부산일보 지난달 28일 자 1·3면 등 보도)과 달리 수원을 비롯한 수도권은 아이들을 위한 전담 기관과 지원 체계를 잘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도권, 수년째 전담 기관 운영

수원센터는 지하 1층~지상 5층에 연면적 1429㎡(약 432평)규모다. 모든 공간을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을 위해 쓴다. 2~3층에는 직업능력개발실과 5개의 교육실(강의실) 등 교육·학습시설이 마련됐다. 4층에는 청소년기 아이들이 즐겨 찾는 동전노래방, 에어하키 게임 등 놀이시설과 휴게공간이 있다.

한쪽 벽면을 대형 거울로 장식한 ‘댄스실’과 체력단련실도 눈길을 끌었다. 제대로 된 시설이 없어 지역아동센터가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을 수용하고 교회 시설을 기숙사로 사용하는 부산의 열악한 현실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주 배경 청소년’ 전문 종합사회복지시설로 설립된 수원센터에는 중도입국 아동·청소년 400여 명을 포함해 총 625명의 청소년이 찾는다. 설동주 수원센터장은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이 온전히 인정받고 마음 편히 머무르는 공간이어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수원뿐 아니라 서울, 경기도 안산시 등 수도권 지자체는 여건에 맞게 중도입국 아동·청소년 전담 기관을 운영한다. 짧게는 8년에서 길게는 14년에 이르는 역사를 가졌다. 지난달 29일 찾은 ‘서울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이하 서울센터)는 1개 층 230여 평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200여 명 의 보금자리다. 교육실, 상담실, 휴게·놀이 공간, 카페테리아 등을 갖췄다.

 

■‘맞춤 원스톱’ 지원 모델 구축

수원센터는 센터를 찾는 중도입국 아이들에게 ‘원스톱 종합 컨설팅’을 진행한다. 처음 방문하는 아이는 먼저 센터 사회복지사에게서 개별 밀착상담을 받는다. 센터가 아이의 특성과 가정 형편 등 객관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후 아이에게 맞는 교육, 생활, 심리, 진로·직업 등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이뤄진다. 한국에 처음 입국한 아이가 공교육 진학을 희망하면 학적 생성과 더불어 한국어 교육, 적응 지원을 도울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대안학교에 연결하는 식이다. 공교육 진학을 원하지 않는다면 수준별 맞춤형 한국어 교육 ‘훈린정음’과 검정고시반으로 안내한다. 진로 탐색을 도와주는 ‘자립 역량 강화사업’도 있다. 현재까지 수원센터의 교육 등 적응 지원 서비스를 거쳐 간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은 1200명 이상이다.

이밖에 안산시의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는 한국어 교육에 더해 심리·정서, 가족 관계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춘 적응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서울센터는 상대적으로 한국어 교육에 특화돼 있다. 1년에 3기수씩 진행하는 ‘한국어교실’은 기수당 100여 명이 참여할 만큼 열의가 높다. 아이들의 놀이와 인성에 초점을 맞추는 문화예술동아리, 또래상호문화활동 등도 진행된다.

 

■예산·인력 극복 과제…부끄러운 부산

현재 수도권 외 지자체는 대부분 중도입국 아동·청소년 전담 기관을 두지 않고 있다. 특히 부산은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이 급증하는데도 전담 기관 등 대안을 실행하지 않아 비판받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부울경 초등·중·고교 등록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은 지난 5년 동안에만 32%(894명에서 1178명) 늘어나 전국 증가율(19%)을 웃돌았다.

예산, 인력의 한계를 탓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에서는 예산, 인력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가 종교재단이나 대학, 기업 등과 연계한 민·관·산 협력 모델을 운영한다. 대표 사례가 수원센터다. 천주교수원교구가 운영하던 소규모 이주 배경 청소년 공부방에 삼성전기가 센터 건립비를 후원하고, 수원시가 센터 부지 매입, 조례 제정, 예산 지원을 하는 형식으로 민·관·산 협력이 이뤄졌다. 안산시는 한양대학교 ERICA 산학협력단과 협력 체제를 만들었다. 서울시는 교육재단에 운영을 맡기고 관련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센터를 운영한다.

부산 아시아공동체학교 박효석 교장은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이 보다 좋은 시설과 체계적인 교육, 진로 탐색 환경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라며 “지역 중도입국 아동·청소년 유관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뜻을 모아 협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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