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떠나면 1000만 원”… 일본 인구 분산 실험 주목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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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자녀지원금 3배 증액
수도권에서 1000만 명 줄이고
지역 공동화·소멸 위기 타개책
사람 몰리는 도쿄 출산율 꼴찌
고령화 여파로 1억 선 붕괴 예상

일본 정부는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올 4월부터 도쿄 등을 떠나는 시민에게 아이 1명당 지원금 100만 엔(약 975만 원)을 지급한다. 지난해 핼러윈 당일인 10월 31일 저녁 일본 도쿄의 번화가인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올 4월부터 도쿄 등을 떠나는 시민에게 아이 1명당 지원금 100만 엔(약 975만 원)을 지급한다. 지난해 핼러윈 당일인 10월 31일 저녁 일본 도쿄의 번화가인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처럼 수도권 인구 집중화로 골머리를 앓는 일본이 수도권 밖으로 이주하는 시민에게 자녀 1명당 한화 1000만 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주겠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놨다. 일본 정부는 해당 정책으로 수도권 과밀 해소는 물론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인데, 이 같은 실험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최근 일본 영자신문 재팬타임즈 등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수도 인구 집중을 줄이기 위해 도쿄와 수도권 밖으로 이주하는 가족에게 아동 1인당 100만 엔(약 975만 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기존 자녀 지원금 30만 엔(약 292만 원)에서 무려 3배나 올랐다. 이 같은 정책은 올해 4월부터 시작되는 회계연도에 적용된다.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는 1300여 곳으로 전국 80%에 해당한다. 지원금 절반은 중앙정부, 나머지 절반은 지자체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일본의 수도권은 도쿄도와 인근 사이타마현, 지바현, 가나가와현 등으로 구성된다. 이번 정책의 대상은 해당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다. 지원금을 받으려는 사람은 적어도 수도권 밖에서 5년 동안 새 집에서 살아야 하고, 가구의 한 구성원은 직장에 있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5년이 지나기 전에 이사하는 사람은 지원금을 반납해야 한다.

3년 전 시작된 지원금 제도는 일본 수도권의 과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도쿄와 그 주변에 3500만 명이 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7년까지 수도권 인구 1000만 명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저출산·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놓인 비수도권 지역을 회생시키기 위한 목적도 정책에 담겨있다.

일본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2020~2021년에 64만 4000명의 기록적인 인구 감소를 겪었다. 현재 1억 2500만 명에서 2065년에는 8800만 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인구가 45년 만에 30% 감소한 수치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출산율은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보다 훨씬 낮은 1.3명에 불과하다. 일본의 비수도권 일부 지역은 청년 인구 유출까지 겹치면서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반면 도쿄에는 인구가 쏠리면서 높은 생활비와 제한된 공간, 도시의 보육 지원 부족 탓에 자녀 양육이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자연스럽게 출산을 꺼리는 부부도 증가하는 셈이다. 도쿄가 일본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중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원금 사업이 출범한 첫 해에는 71가구만 참여했으나, 2021년에는 1184가구로 늘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보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자녀가 있는 가정을 위한 주거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하는 등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시골 지역에는 부부가 아이를 가지도록 지원금을 줬다. 그럼에도 ‘경제 수도’로서의 도쿄 위상이 여전히 건재해 인구 집중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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