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우주에서 본 지구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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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우주 비행사들은 우주 공간에서 특별한 체험을 한다. 드넓은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가슴 깊이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 미미한 생명을 품고 있는 지구가 한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미국 작가 프랭크 화이트는 이를 ‘오버뷰 이펙트(the overview effect)’라 했다. ‘조망 효과’ 정도로 번역되는데 아주 높은 곳에서 큰 그림을 보고 난 후 일어나는 가치관의 변화를 뜻한다.

1968년 크리스마스 이브, 우주에서 날아든 한 장의 사진이 인류에게 강한 오버뷰 이펙트를 던졌다. 미국 달 탐사선 아폴로 8호가 달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푸른빛 지구를 렌즈에 담은 것이다. ‘지구돋이(Earthrise)’로 불리는 이 사진은 인류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친 우주 사진으로 기록됐다. 베트남전, ‘프라하의 봄’ 탄압, 루터 킹 목사 암살 등 갈등과 반목이 심했던 그해 지구촌에서 이 사진이 ‘1968년을 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3년 후 인류는 동그란 지구 전체를 온전히 담아낸 사진을 처음으로 만난다. 아폴로 17호가 4만 5000㎞ 떨어진 우주에서 지구를 찍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체 사진으로 불리는 ‘블루마블(Blue Marble)’이다. 지구를 휘감고 있는 푸른 바다, 얼음에 덮인 남극과 불그레한 아프리카에 인도양의 사이클론까지 어우러진 광경은 숨막히는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유리구슬같이 연약해 보이면서도 아름다운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는 1970년대 환경운동에 큰 영감을 줬다.

보이저1호가 지구를 출발한 지 13년 만인 1990년 60억㎞ 떨어진 해왕성 부근을 지나면서 담은 지구의 모습은 광막한 허공에 떠 있는 한 점 티끌이었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란 감동적 소감과 함께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으로 부르며 더 유명해진 이 사진에 이르러 인류는 오버뷰 이펙트의 절정을 보게 됐다.

한국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새해 선물로 달 상공 112㎞에서 촬영한 지구 사진을 보내왔다. 고해상도카메라로 촬영한 것으로 달 지표의 크레이터들과 지구의 모습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우주 선진국들에 비해 늦었지만 우리의 기술로 중력권 밖에서 처음으로 보는 지구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다누리가 보낸 오버뷰 이펙트로 올해 우리 사회가 좀 평화롭고 행복했으면 ….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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