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연기에서 중요한 건 ‘유연성’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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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웅’ 속 또 다른 영웅 나문희
1961년 데뷔…130편 이상 출연
안 의사 모친 조마리아 역 열연

배우 나문희 씨가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도전을 계속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CJ ENM 배우 나문희 씨가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도전을 계속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CJ ENM

“이 일이 정말 좋아요. 여전히 촬영 현장에 가면 신이 난답니다.”

1961년 데뷔해 60년 넘게 연기 외길을 걸어온 배우. 출연작만 130편이 넘는다. 여든을 넘겨서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 나문희(82) 씨에게 오랜 기간 연기해 온 힘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온다. 나문희 씨는 “중요한 장면을 찍기 전날엔 아직도 잠을 못 잔다”면서도 “현장에 가면 마냥 철없이 신이 나는데 그게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웃었다.

나 씨는 계묘년 새해부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스크린에 걸린 영화 ‘영웅’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고, 이 작품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영화에선 안중근 의사(義士)의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를 연기했는데, 그 모습이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나 씨가 감정을 담아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를 부르는 장면은 관객의 마음을 절절히 울린다. 나 씨는 “안 의사도 대단한데 어머니 조 마리아는 더 무섭고 대단하다”며 “그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감정이 벅차오른다”고 했다.

영화 ‘영웅’ 속 나문희 씨. CJ ENM 영화 ‘영웅’ 속 나문희 씨. CJ ENM

뮤지컬 영화라 연기와 함께 감정을 실어 노래해야 했다. 나 씨는 “큰 딸 덕을 많이 봤다”고 했다. 그는 “피아노를 전공한 큰딸이 레슨해줬다”며 “발성이나 호흡은 안정적이라고 칭찬을 해주길래 힘을 얻어 연습했다”고 말했다. “노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가사와 감정만 생각하고 읊조렸죠. 우리 연기자들은 시키면 그냥 하는 거예요. 노래도 라이브로 해야 해서 힘이 들긴 했어요.(웃음)”

여전히 현장에 가면 설렌다는 이 배우는 현장에서 연기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유연성’을 꼽았다. 그는 “그게 없으면 큰일 난다”며 “현장이든 사람이든 잘 맞춰야 한다”고 웃었다. 나 씨는 “우리 딸도 나한테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날 그렇게 교육을 시킨다”고 덧붙였다. 이런 생각은 나 씨를 계속해서 도전하게 한다. 활동 무대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엔 ‘진격의 할매들’ ‘뜨거운 씽어즈’ 등 예능 프로그램에도 고정 출연했고, 10~20대가 주를 이루는 소셜미디어 틱톡에도 계정을 만들었다. “틱톡은 회사에서 한번 해보라 하더라고요. 젊은 사람들 감각도 익히고요. 하길 잘한 것 같아요.”

나문희 씨는 사는 동안 오래 연기하며 관객과 시청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CJ ENM 나문희 씨는 사는 동안 오래 연기하며 관객과 시청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CJ ENM

나 씨는 자신을 ‘대단한 배우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배우로서 한 가지 꿈이 있다면 사는 동안 오래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큰 욕심은 없다”며 “관객과 시청자를 꾸준히 만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후배 배우들을 향한 응원도 아끼지 않는다. “김혜수, 김희애, 예수정 씨가 나오는 작품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와요. 다들 어디서 그렇게 훈련을 했는지 잘하는 후배들이 점점 더 많아지더라고요. 저도 연기를 오래 했지만, 여전히 잘하고 싶은 마음에 드라마나 영화를 찾아봐요. 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앞으로도 욕심 내지 말고 저만의 것을 찾아 잘 해내고 싶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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