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쇼’ 없는 사천에어쇼, 올해 ‘지상쇼’로 낙하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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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사천·서울 격년제 참가 선언
“양쪽 오가면서 곡예비행 힘들다”
올해 블랙이글스 등 공중전 없어
사천시, 명칭·프로그램 등 재검토

사천에어쇼의 핵심 콘텐츠인 블랙이글스 곡예비행을 앞으로는 2년에 한 번씩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블랙이글스 곡예비행 모습. 사천에어쇼의 핵심 콘텐츠인 블랙이글스 곡예비행을 앞으로는 2년에 한 번씩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블랙이글스 곡예비행 모습.

우리나라 남부지역의 유일한 에어쇼, 사천에어쇼가 흥행에 대형 암초를 만났다. 에어쇼의 한 축을 맡고 있던 공군이 격년제 참가를 선언함에 따라 에어쇼 새판 짜기가 불가피해졌다.


공군은 그동안 사천에어쇼에서 많은 역할을 맡아왔다. 행사가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 펼쳐지는 것은 물론, 블랙이글스 곡예비행을 포함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공군이 빠지는 것은 단순한 전력 누수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공군이 격년제 참가를 결정한 이유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때문이다. 국방부와 공군 등이 후원하고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격년제로 열린다.

공군으로선 ADEX와 사천에어쇼,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두 행사의 개최 시기도 10월 중하순으로 일부 겹치다 보니 올해부터는 아예 격년제 참가를 선언한 것이다. 공군은 계획대로라면 홀수해인 올해는 ADEX에, 짝수해인 내년에는 사천에어쇼에 참가한다.

지난해 에어쇼의 성공에 고무돼 있던 사천시로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역대 최다인 4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고 프로그램도 국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고 현재 상황에서 매년 열리는 사천에어쇼 자체를 격년제로 치르기는 어렵다. 사천에어쇼는 지역 활성화가 목적인 ‘축제’이기 때문에 연속성이 보장돼야 한다.

특히 수도권이나 대도시에는 이름 있는 축제가 많지만 지역에는 관람객 30만~40만 명이 보장된 축제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장 격년제를 도입하는 건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사천시로선 공군이 참여하지 않는 홀수해에 관람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당장 축제 명칭도 에어쇼가 아닌 좀 더 포괄적인 이름을 고민해야 하고, 공군 비행단이 아닌 다른 새로운 축제 장소도 물색해야 한다.

사천시는 일단 올 상반기 시민대토론회를 열고 사천에어쇼의 발전 방향이나 핵심 프로그램을 재검토한다는 생각이다. 시민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양하고 폭넓게 수렴하기로 했다.

이숙미 우주항공과장은 “장소는 여러 고민이 필요하다. 사천읍과 삼천포대교공원, 시청 주변까지 포함해 폭넓게 생각 중이다. 올해는 항공우주청도 개청하는 만큼 사천시의 색깔이 더 묻어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천에어쇼는 그동안 군부대 안에서 펼쳐졌기 때문에 장점도 많았지만 단점도 있었다. 야간 행사가 불가능한, 통제된 공간에서만 펼쳐지다 보니 지역사회 활성화에 한계가 컸는데 이번 기회에 이를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사진=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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