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는 비워가는 마음에 자유의 빛을 가득 채우는 것”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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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법정: 아름다운 날들/백금남


소설 법정: 아름다운 날들 1, 2. 소설 법정: 아름다운 날들 1, 2.


<소설 법정: 아름다운 날들>은 무소유의 삶을 실천한 법정 스님(1932~2010)의 일대기를 담은 책이다. 유명한 불교 소설가인 저자는 법정 스님의 출가기와 수행 과정, 그리고 아름다운 마무리까지의 생생한 여정을 그렸다.

법정 스님은 전남대 상과대학을 3년 다니다가 1955년 출가한다. 통영 미래사에서 스승인 효봉 스님을 만난다. 효봉 스님은 출가하기 전 일본 와세다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뒤 법조계에 몸담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판사로 서울과 함흥의 지방법원, 평양의 복심법원에서 10년 동안 활동했다. 그러다 잘못된 판결로 한 생명이 죽게 되자 판사 생활을 그만두고 출가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내력은 효봉 스님으로부터 비롯됐다. 효봉 스님은 “수행자는 탐욕을 털어내는데 그 본분이 있는 것이야. 무엇에 욕심을 부린다면 수행자라 할 수 있겠느냐.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본래 네 것이요, 또한 무(無)한 것이라……”며 제자들의 기를 꺾어놓았다. 자연히 그의 무소유 정신은 제자들의 뇌리에 박혔다. 훗날 법정 스님이 수필집에 ‘무소유’라는 제목을 붙일 정도였다. 스승의 무소유 정신이 무의식중에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소설에서 법정 스님이 추구한 진정한 무소유를 이렇게 전한다. 2권으로 된 소설에서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자잘한 일상에서 모든 불행은 소유욕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소유하려면 집착이 생기고 그 집착은 그대로 업이 된다는 진리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의 마음속에 있고 일상 속에 있었다. 조금만 욕심을 부리면 그것이 불행의 씨앗이 되고 업이 되었다. (중략) 무소유. 갖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꼭 필요한 것만 갖는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비워가는 마음에 자유라는 빛을 가득 채우는 것이다.’(2권 37~38쪽)

법정 스님의 마음을 포착한 문장들도 눈길을 끈다. ‘무소유란 소극적인 생활 태도가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임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깨달았다. 만족함을 모른다면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조화를 이루기 못하기 때문임을 가슴으로 깨달았다.’(2권 40쪽)

저자는 2010년 <대한불교> 신문에 실린 법정 스님의 시와 산문 등 23편의 등단작품과 초기작품들을 발견했다. 그 속에는 법정 스님이 ‘소소산방’이라는 필명으로 투고한 몇 편의 시와 산문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작품들은 ‘무소유’ 이전의 것들이어서 제대로 세간에 조명을 받지 못했다. 저자는 이 작품들을 자연스럽게 소설 속에 녹여 냈다. 당시 법정 스님이 쓴 시와 산문들은 스님의 무소유 정신이 어디에서 연유했으며 어떻게 완성되어 갔는지를 보여준다. 또 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 목소리를 높였던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산승(山僧)으로 거듭나게 되었는지 알게 해준다.

저자는 “찾아낸 글들이 대부분 (법정 스님이) 본격적으로 집필 활동을 하기 전 초기 작품들이라 더욱 의미를 더했다”고 전한다. 군사정권의 탄압 아래 1960~70년대 당시의 열악한 불교 언론계의 현실과 법정이라는 한 인간의 의식이 변천해가는 과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교라는 거대한 울타리 안에서 중생을 향한 법정 스님의 자세는 물론, 자기 수행으로 글쓰기를 놓치지 않았던 고독한 수행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백금남 지음/이정서재/1권 272쪽, 2권 240쪽/각 권 1만 65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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