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활기… 부산 드러내는 다양한 가치 ‘Good’에 담아” [부산 새 슬로건]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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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부영 도시브랜드 총괄 디렉터

“시민에게만 와닿는 슬로건 곤란
정체성·지향점 함께 아울러야”
현장에선 ‘마, 부산 아이가’ 인기
3월 말 이미지와 합친 결과물 내
다양한 변주로 ‘부산다움’ 표현
도시브랜드 각인 위해 홍보할 것

지난 13일 부산시청에서 만난 황부영 총괄 디렉터는 “‘Busan is Good(부산이라서 좋다)’은 어쩌면 부산시민들이 흔히 쓰는 말 ‘마, 부산 아이가’와 동의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제공 지난 13일 부산시청에서 만난 황부영 총괄 디렉터는 “‘Busan is Good(부산이라서 좋다)’은 어쩌면 부산시민들이 흔히 쓰는 말 ‘마, 부산 아이가’와 동의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제공

“부산의 정체성과 부산 시민의 자부심을 담는 그릇, 그것이 도시브랜드입니다.”

부산시는 새로운 도시브랜드 만들기에 진심이다. 지난해 10월 시의 도시브랜드 총괄 디렉터로 임명된 황부영(58) 디렉터는 지난 13일 부산시청에서 1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에서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도시브랜드 제작 과정에 진심 어린 애정과 열정을 보여 주었다.


황 디렉터는 제일기획 공채 15기다. 30여 년간 삼성전자, KT&G, 래미안 등 여러 대기업의 브랜딩 전략자문 등을 도맡아 왔다. 최근 5년 동안에는 강원도 폐광지역 4개 도시를 비롯해 경북도청과 울진군, 포항시 등의 도시브랜딩 작업을 주도했다.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로 〈마케터의 생각법〉 〈마케터, 마케팅을 말하다〉 등의 책을 집필했다.

부산에서의 작업이 어땠는지부터 물었다. 황 디렉터는 “사실 어린 시절 고향이다. 일곱 살 때까지 부산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했다. 부산과 좋은 인연으로 작업을 시작한 지 4개월 정도밖에 안 됐지만, 부산 사람들은 다소 지나칠 정도로 자부심이 강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다”며 웃었다. 특히 “시민참여단을 보면 대한민국 제2도시라는 생각도 깔려 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부산만의 독특함과 오히려 서울보다 더 살기 좋은 도시라는 무한한 자긍심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재미있는 일화도 소개했다. ‘상상더하기’ 시민참여단 회의에서 중년의 한 시민이 슬로건 후보로 ‘부산은 마 부산인데, 다른 슬로건이 뭐 필요하냐’며 ‘마, 부산 아이가’를 가장 끌리는 슬로건으로 내놨다는 것. 그런데 그게 현장에서 엄청 반응이 좋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부산 사람에게 가장 직관적으로 ‘부산다움’이 전달될 수 있는 한 문장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도시 슬로건이 완성되기는 어렵다.

황 디렉터는 “부산 시민들에게만 어떤 느낌을 주는 문장이 슬로건이 될 수는 없다. 부산의 정체성을 시민들에게 물었을 때 깨끗한 도시, 편안한 도시, 활기찬 도시, 세계적인 도시, 미래지향적인 도시 등의 답이 나왔다. 그걸 함께 담아낼 수 있는 슬로건을 내놓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3개의 후보안 ‘Busan is Good(부산이라 좋다)’ ‘Bridge for all, Busan(모두를 연결하는 부산)’ ‘True Place, Busan(진정한 도시, 부산)’이 제안됐다.

그는 또 “다행히 2만 5000여 명의 시민이 온·오프라인 선호도 조사에서 3개 후보안 중 가장 많이 좋다고 선택한 ‘Busan is Good’은 세계적이고(Global)특색 있으며(Original)개방적이고(Open) 여전히 역동적인(still Dynamic) 뜻을 함께 담고 있는 슬로건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 슬로건 선정 과정에서 여러 논란도 일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20년간 함께해 온 슬로건 ‘다이내믹 부산’이 여전히 익숙하기에 적잖은 거부반응이 나올 수도 있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슬로건이란 건 사실상 있을 수 없다는 게 황 디렉터의 입장이다.

그는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아는 슬로건 ‘I♥NY’가 없다고 가정하고 시가 지금 ‘I♥Busan’을 슬로건으로 정했다고 한다면, 사람들이 과연 처음부터 이걸 좋다고 했을까요”라면서 “직관적으로 한번에 봤을 때 ‘좋네’라는 반응이 나오면 가장 감사하겠지만, 30여 년 브랜딩 경험에서도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은 지금 도시브랜드를 정립하기에 매우 적절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황 디렉터는 “부산은 새 시장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이전 시장의 슬로건을 바꾸는 식과는 움직임이 다르다”면서 “도시와 국가의 성장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대형 국제행사 유치를 앞둔 부산은 지금 전 세계 많은 국가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부산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나 비전을 브랜딩하는 작업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엑스포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부산이 꾸준히 잘 사는 도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도시브랜드를 만들고 선포하고 그 방향대로 실체가 바뀔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 주는 게 도시브랜딩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새 슬로건으로 정해진 ‘Busan is Good’에 대한 자신감도 나타냈다. 황 디렉터는 “엑스포 현지 실사단이 오는 4월 초 부산을 방문하는 것을 고려해 3월 말께 슬로건과 이미지가 합쳐진 브랜딩 결과물이 나오지만, 사실 본 게임은 그다음부터”라면서 “‘Busan is Good’의 다양한 변주를 통해 부산다움을 마음껏 표현하고 세계에 각인시키는 브랜딩 커뮤니케이션(홍보) 작업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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