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 실화와 상업적 요소 균형 맞추려 노력”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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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교섭' 임순례 감독

팬데믹으로 5년 만에 신작
빠른 전개·강렬한 액션 눈길
황정민과 22년 만에 재회
피랍 사건 해결 과정에 초점

영화 ‘교섭’을 만든 임순례 감독.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교섭’을 만든 임순례 감독.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임순례 감독이 영화 ‘교섭’을 들고 설 연휴 영화마을 나들이에 나선다. 청춘과 자연을 담았던 전작 ‘리틀 포레스트’ 이후 5년 만이다. 이번엔 속도를 힘껏 올렸다. 빠른 전개와 강한 액션이 눈에 띈다. 임 감독은 “원래 4년마다 신작을 만들어 ‘올림픽 감독’이라 불렸다”며 “이번엔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5년 만에 새 작품을 선보인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작품은 2007년 7월 발생한 샘물 교회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를 모티브로 한다. 정부가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한 아프가니스탄에 복음을 전파하겠다는 이유로 입국했다가 탈레반에 인질로 붙잡힌 사건이다. 임 감독은 “처음 연출 제의를 받고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전작보다 예산이 10배 정도 더 들어가서 지금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배우 황정민 현빈 주연의 영화 ‘교섭’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배우 황정민 현빈 주연의 영화 ‘교섭’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임 감독은 민감한 소재와 상업적인 요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민했다. 그는 “실화의 종교적인 신념을 영화에 많이 담지 않았다”며 “영화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협상 전문가의 외교관이나 국정원 인물, 통역 등은 완벽하게 허구로 만들어냈다”며 “실제 사건 때는 국정원이 노출된 일도 있었고 협상 과정이 지리멸렬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가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키지 않기를 원했어요. 영화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상하려고 했죠.”

낯선 모양의 기암절벽과 광활한 사막 등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광이 영화에 가득 담겼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제작진은 입국 자체가 불가능한 아프가니스탄 대신 상대적으로 안전한 요르단에서 촬영하기로 했다. 임 감독은 “한국과 완전히 다른 풍경들이 영화에 잘 표현됐다”며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더위”라고 했다. 그는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차 트렁크에 스태프들이 구겨 앉아서 촬영한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영화 ‘교섭’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교섭’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교섭’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교섭’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주연을 맡은 황정민과는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22년 만에 재회했다. 임 감독은 “20년 전 설날에 봤던 먼 친척 조카를 20년 뒤 서울대 박사과정 다니고 있을 때 만난 느낌”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때는 황정민이 영화를 사실상 처음 찍는 상황이었다”며 “그땐 마냥 신나고 재밌었다면 이제는 주연 배우로서 열정과 책임감 있게 임하는 점이 대단하더라”며 웃었다. “지금까지 봤던 황정민 씨 모습과는 다른 결의 배역이에요. 연기를 잘하는 사람들은 역할이 새로워도 잘 소화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어요. 현빈 씨와는 처음 호흡을 맞춰봤어요. 좀 더 거칠고 자유로운 남자가 타지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임순례 감독이 영화 ‘교섭’을 들고 영화마을 나들이에 나선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임순례 감독이 영화 ‘교섭’을 들고 영화마을 나들이에 나선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피랍 사건 당시 인질들은 대중에게 많은 질타를 받았다. 영화는 이들에게 거리를 두고 해결 과정에 초점을 둔다. 임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만 보고 생각을 정리해보시길 바란다”며 “영화 자체로 혹은 실제 사건을 찾아보면서 영화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연 국가의 기능과 책임은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해보면 의미 있을 것 같아요. 내가 가진 신념이 절대적으로 옳은가, 국가와 국민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같은 것들 말이죠. 또 공무원들의 책임과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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