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구 감소 위기, ‘부산형 워케이션’으로 극복하자
일·휴식 병행, 기업들 만족도 높아
부산만의 차별화된 사업 구상해야
새해 들어 소멸 위기 부산을 되살리기 위한 담론들이 쏟아진다. 〈부산일보〉가 신년기획으로 제시한 ‘사람 모이는 도시로’ 테마도 그중 하나다. 들어오기보다 나가려는 사람이 더 많은 부산에 사람이 다시 모이게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을 담았다. 보육 지원 방안, 외국인 인재 유입 시책 등 대안을 여럿 찾았는데,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이 ‘부산형 워케이션(workation)’ 사업이다. 일과 휴식을 병행할 수 있는 사업을 확대해 인구 유입을 꾀하자는 게다. 여가를 중시하는 요즘 트렌드에 부합해서 참신하고, 바다·산·강이 어우러진 부산의 환경에 적합해 현실성이 큰 제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워케이션 사업은 상주인구만을 늘리자는 게 아니다. 부산에 살지 않더라도 직장 등의 이유로 일정 기간 체류하는 이른바 생활인구를 늘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기대하는 것이다. 마침 기회가 좋다. 정부가 외국인이 장기간 국내에 머물며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워케이션 비자’를 올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부산시도 정부 지원을 받아 동·서·영도·중·금정구를 대상으로 거점 센터를 설치하고 워케이션 업무 공간을 마련하는 등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내외에 홍보만 충분히 이뤄진다면 교통 여건이 우수하고 자연·문화적 자산이 풍부한 부산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워케이션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한국관광공사가 국내 주요 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3% 이상이 워케이션 제도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워케이션으로 직원들의 복지와 직무 만족도가 실제로 향상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미 많은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워케이션에 돌입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워케이션 거점 오피스를 열었고, 한화생명, 네이버, 당근마켓, 야놀자 등의 기업들이 상당 부분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잘만 하면 워케이션 사업으로 상당수 기업을 부산에 유치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은 늘 있어 왔다. 하지만 정부의 획기적인 고용 정책과 단호한 지역균형발전 의지가 없는 한 사실상 공론에 그칠 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워케이션 사업은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부산만의 워케이션 사업을 어떻게 구상하고 운용하느냐다. 남들 다 하는 고만고만한 내용과 추진력으로는 실패의 아픔만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용광로라 표현될 만치 개방성과 포용성을 자랑하는 부산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것이어야 한다. ‘부산이라 좋다’는 부산의 새 브랜드에 걸맞은 워케이션 생태계 구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