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왜 팔았어” 모친 장례 날 부친 때려 숨지게 해 [사건의 재구성]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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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적은 부조금 발단
“가난은 당신 탓” 무차별 매질
도망가면 쫓아가서 또 폭력
“89세 부친 살해 반성 없어”
부산지법, 징역 30년 선고

부산일보DB 부산일보DB

그날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날이었다. ‘가난은 당신 탓’이라며 아버지를 원망해 오던 A(56) 씨는 그날도 화를 참지 않았다. 장례식 부조금이 생각보다 적게 들어왔다는 사실이 도화선이 됐다.

A 씨는 부산 기장군 한 장례식장에서 89세 아버지 B 씨의 뺨을 가차 없이 때렸다. 겁에 질린 아버지는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도망갔지만 이내 다시 잡혀 왔다. A 씨는 아버지가 평소 사용하던 나무 지팡이로 아버지의 머리와 얼굴, 몸통 등을 가리지 않고 마구 내리쳤다. 아버지가 도망가면 쫓아가서 때렸고, 아버지가 며느리 뒤에 숨으면 끌어내서 폭력을 휘둘렀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A 씨의 아버지를 향한 원망은 오래된 것이었다. 아버지가 2012년께 자신의 조언을 무시하고 대구 소재의 부동산을 매도한 데 불만을 품어 왔다. 이 부동산은 아버지 명의로 돼 있었는데 매도 후에도 주변 시세는 계속 올랐다.

지난해 6월 25일, 이날의 끔찍한 폭행은 2시간이나 이어졌다. 멀쩡한 성인도 견디기 어려웠을 폭행은 끝내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A 씨의 아내와 아들은 범행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A 씨는 범행을 하고 나가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봤지”라고 말했다.

2015년께 필리핀 국적의 아내와 결혼해 필리핀에서 살던 A 씨는 2021년 11월 귀국했으나 일정한 직업이 없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A 씨는 법정에서 아버지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고, 음주와 수면 부족 등으로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에게는 의붓아들이 있었다. A 씨는 열두 살 아이에게 폭력을 가하는 등 아동학대를 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17일 존속살해,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 3년간 취업 제한, 10년간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건강이 쇠약한 89세 노인이 무방비 상태에서 아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했다. 피해자가 느꼈을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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