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만시지탄’ 수변 난개발 방지, 반드시 성과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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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이기대 등 해변 이미 망가져
‘물의 도시’답게 공공성 강화 꼭 필요

2020년 도시공원 지정이 해제돼 난개발이 우려되는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해안 일대. 부산일보DB 2020년 도시공원 지정이 해제돼 난개발이 우려되는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해안 일대. 부산일보DB

부산시가 수변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기준을 처음으로 세운다고 한다. 내달 초 부산의 해안과 주요 하천에 대한 ‘수변관리 기본계획’ 용역에 착수해 2024년까지 끝내고, 2025년부터 시행에 나선다는 것이다. 시는 앞으로 해안과 하천 주변에 들어설 건축물에 대해서는 높이는 물론 시민 접근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산의 핵심 자원인 수변을 제대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해안과 하천 개발에 대한 중·장기적 기준이 없어 경관 사유화나 난개발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진 게 사실이다. 시가 이번에 지역의 전체 해변과 주요 하천에 대해 보존과 개발 기준을 마련하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고 하겠다.


하지만 부산시가 마련한 수변 난개발 방지 계획을 듣는 시민들의 심경은 솔직히 착잡하다. 수십 년 전에 나왔어야 할 계획이 이제 나왔으니 한마디로 만시지탄이다. 바다와 산과 강을 동시에 품은 삼포지향(三抱之鄕)의 도시라고 불렸던 부산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 해운대, 이기대, 광안리, 송도 등 이름난 부산의 해변은 어디 한 군데 성한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이 망가졌다. 해변은 고층 건물의 숲이 되었다. 지역의 대표적인 주요 해변에 대한 개발이 이미 거의 마무리되었다는 이야기다. 지금에 와서 지역 해안과 하천에 대한 개발과 보존 기준을 세우면 무슨 소용이 있나. 기본계획이 시행될 2025년이면 주요 해변과 하천에 대한 개발이 끝날 무렵이라 혹시 생색내기용 계획을 띄운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게다가 시의 계획대로 수변에서 500m까지 관리가 필요한 지역으로 분류하면 부산 전체의 40%가 해당한다. 지나치게 넓은 구역이 포함되니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변 난개발 방지 기준은 필요하다. 〈부산일보〉는 2018년 ‘난개발 그늘, 해안의 역습’ 기획기사를 통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몸집을 키운 해양 재난, 가속화한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강력한 해안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해안 난개발을 현실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녹지의 그린벨트와 같이 해안 ‘블루벨트’ 지정이 시급하다.

부산의 수변은 시민의 것이 아니었다. 개발 논리에 힘입어 들어선 아파트가 시민들이 해안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았다. 수변 공간이 사유화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과거에는 산업적으로만 접근했지만 앞으로는 공공성을 강화해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라는 시의 발표는 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를 꿈꾸는 도시답게 부산은 더 친환경적으로 변해야 한다. 해양수도 부산의 시민이 일상에서 해변과 하천을 쉽게 즐길 수 있는 수변 중심 도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변 난개발 방지는 반드시 약속대로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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