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영의 법의 창] 계묘년, 국회도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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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공법학회장

 입법, 양 아니라 질과 내용 우선돼야
 입법 재량권은 신뢰와 책임감이 바탕
 새해 국민 보살피는 법안 많아지길

국회의안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말까지 21대 국회에 발의된 법률안은 총 1만 9020건이었고, 이 중 현재까지 미처리 상태로 계류 중인 법률안이 1만 3598건이다. 21대 국회가 그동안 처리하지 않고 있는 법률안이 71%를 넘고 있다. 정기국회는 물론이고 임시국회를 수시로 개의하면서도 정작 꼭 해야 할 국회의 업무는 정체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국회는 우리 헌법 질서 내에서 가장 중심적인 입법기관이고, 국회의 헌법적 기능 중 가장 우선되는 기능과 역할이 입법 활동이다. 민주화 이후 국회의원에 대한 의정 활동 평가가 이루어져 왔다. 시민단체나 언론, 그리고 정당 공천심사에서까지 이러한 의원의 의정 활동 평가가 반영된다. 그런데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이 평가의 초점이 정량 평가에 더 주목함으로써 우리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이 ‘더 많은’ 입법에 무게를 두게 되었다.

입법의 양적인 측면에서 우리 국회의 입법 활동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 국회의 법안 발의는 선진 의회민주주의 국가들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90배가 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입법의 양적 성과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 국회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할 만하다. 적어도 통계수치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양적 실적에 치중한 이러한 결과가 양적 수치에 비례하는 질적 평가를 동반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 많은 입법이 아니라 국회가 입법 활동을 통해 보여 주는 국가정책의 중요성에 대한 평가에서 쌓이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 국민이 필요로 하는 입법 내용인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어서다. 그래서 이젠 의원에게 가장 중요한 본연의 업무인 입법 활동의 초점이 바뀌어야 한다. 양(量)이 아니라 대의의 질(質)과 내용이 우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법안의 양적 폭증이 가져오는 여러 문제들은 결국엔 국회라는 헌법기관의 신뢰도와 능력에 대한 평가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젠 입법 활동의 내용과 질을 담보하기 위한 개선책을 국회 스스로 강구할 때다. 대의의 실패도 심의의 실패도, 더 이상 심화되거나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언론과 SNS 등 여론의 주목을 끄는 법안이나 여론 영합적 법안, 민생과는 거리가 있는 법안들의 발의와 통과가 많아지는 것도 문제다. 특별법의 증가로 균형을 잃은 입법 과잉의 문제도 이젠 개선해야 할 때다.

또한 정당과 국회는 각기 그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정당이 의회를 대체할 수는 없다. 물론 의회 내 정당의 역할 강화는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그런데 정당 내부의 응집력 강화와 정당 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정당 간 타협의 정치는 사라졌다. 당론이 의원의 의정 활동을 구속하면서 국회 내 당파적 갈등은 거의 상시화 되고 그 결과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법으로 만들어 내는 국회의 입법 기능은 때때로 혹은 수시로 마비 상태에 빠지는 상황에 이르게 되곤 한다. 국회의 대의적 기능 회복을 위해 입법 교착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 정당에 대한 개혁론이 설득력을 갖게 되는 이유다.

국회에게 인정되는 광범위한 입법 재량권은 입법의 시기와 내용을 국회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할 수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로운 입법이나 개선 입법이 필요한 경우인지 혹은 필요하다면 어떤 입법 내용을 결정해야 하는지를 국회 스스로 적실성 있게 판단해서 행동하라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권한인 것이다. 그 책임감의 무게를 국회는 스스로 그리고 제대로 감당해야만 한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결정은 차치하고라도, 반드시 입법을 해야만 하는 경우까지도 적잖게 방치하고 있다. 국내 거주 주소를 신고하지 않은 재외국민을 투표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서 헌법불합치 결정된 국민투표법 조항, 유기 아동과 관련한 보호출산특별법안, 부양의무 불이행 상속인의 상속권 박탈 규정과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는 규정을 담은 민법 개정안, 허위 난민 신청 알선자 처벌 규정 등을 담은 난민법 개정안, ‘낙태를 불법은 아니되 합법도 아닌 상황’으로 만들고 있는 낙태죄 처벌 조항 개정 규정과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3세로 하향한 형법·소년법 개정안 등.

“국가의 구성원들이 서로 연합하고 결합해 하나로 통합된 생명체가 되는 것은 바로 입법부 안에서 이루어진다. 입법부로부터 공화국의 여러 구성원이 상호 영향을 미치고,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 연결된다. 따라서 입법부가 무너지거나 해산되면 국가의 해체와 죽음이 이어진다”던 존 로크의 말을, 계묘년엔 우리 국회가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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