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 뉴비치’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가장 먼저 웃었다
구조안전성 비율 50→30% 영향
조건부재건축 ‘D등급’ 판정 받아
수영현대 등 다른 아파트도 분주
공급 늘어나면 시장 안정 기대도
정부가 재건축 사업 활성화를 위해 이달 초 변경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적용한 후 혜택을 보는 재건축 단지가 나왔다.
24일 수영구청에 따르면 뉴비치아파트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가 요청한 ‘남천동 557번지 일원 남천3구역(뉴비치)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결과 뉴비치아파트는 조건부 재건축(D) 등급을 받았다. 뉴비치아파트는 주거환경 평가 13.68점(D등급), 건축 마감 및 설비 노후도 평가 14.57점(D등급), 구조안전성 평가 21.36점(C등급) , 비용분석 0점(E등급)으로 총점수는 49.61점이었다. 조건부 재건축 기준인 45~55점의 중간 정도 점수를 받은 셈이었다. 1986년 준공된 뉴비치아파트는 15층 아파트 8개동 990세대로 구성돼 있다. 특히 ‘재건축 대장’으로 꼽히는 남천 삼익비치와 인접해 재건축 추진 여부에 관심이 높다.
업계에서는 뉴비치아파트가 안전진단 기준이 변경된 혜택을 톡톡히 봤다고 본다. 국토부는 올 1월부터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시행했다. 국토부가 밝힌 합리화 방안에는 주거환경 평가 비율을 15%에서 30%로, 건축 마감 및 설비 노후도 평가 비율을 25%에서 30%로 높이는 대신, 구조안전성 비율을 50%에서 30%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중 핵심은 구조안전성의 비율을 낮춘 것이다. 구조안전성은 건물의 기울기나 내구력, 기초 침하 등을 진단하는 과정인데,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반영 비율이 크게 달라졌다.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고자 할 땐 구조안전성 배점 비율을 낮추고, 규제할 때는 구조안전성 배점 비율을 높여 사업을 막았다.
뉴비치아파트도 구조안전성 평가 C등급을 받을 정도로 점수가 높았다. 만약 변경 전 기준을 적용했다면 뉴비치아파트의 총점은 54.58점이 된다. 조건부 재건축 범위(45~55점)에 겨우 들어가는 점수여서 사실상 다음 단계에서 탈락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또한 재건축 규제 완화 이전에는 조건부 재건축 등급을 받으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나 시설안전공단이 수행하는 적정성 검토 과정을 무조건 거쳐야 했다. 조건부 재건축을 판정받은 단지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을 거쳤을 때 통과율이 45%에 불과했을 정도로 기준이 높아 사업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현재는 지자체가 검토 후 요청하는 경우만 적정성 검토를 하게 되어 있어 뉴비치아파트로서는 매우 유리한 상황이 됐다. 뉴비치아파트는 정비예정구역 해제 후 사전타당성 검토 심의 등의 과정을 밟게 된다. 수영구청은 이에 맞춰 자문회의 등을 구성해 이번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뉴비치아파트 소식에 다른 재건축 단지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수영현대아파트는 2021년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에서 종합점수 48.96점(D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적정성 검토에서 점수가 55.05점으로 상향돼 재건축 대신 유지 보수를 해야 하는 C등급으로 조정됐다. 수영현대아파트 재건축조합 설립 추진준비위원회는 정부의 규제 완화를 계기로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병욱 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은 “바뀐 기준을 적용하면 충분히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다”며 “다만 기존 검사 내용이 남아 있고 1년 이상 노후화가 더 진행된 만큼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면밀히 마련 중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재건축 시장의 움직임이 향후 지역 부동산 경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단기적으로는 높은 금리가 크게 작용해 급반등과 같은 움직임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재건축 사업 추진의 가장 큰 장벽이었던 안전진단 규정이 개선돼 공급이 많아지면 시장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