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이 비토한 나경원의 퇴장…안철수가 수혜?
25일 불출마 선언으로 당 대표 선거 구도 ‘출렁’
羅와 지지층·지역 겹치는 안철수가 ‘수혜’ 전망
반대로 김기현 대세론 확인에 범윤 쏠림 가능성도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불출마로 최종 입장을 정리하면서 당 대표 선거 구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 당초 나 전 의원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당 대표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렸으나 저출산 대책을 둘러싼 대통령실과의 갈등, 여기에 장제원 의원 등 친윤(친윤석열)계의 공세로 ‘반윤’(반윤석열) 이미지가 쌓이면서 지지세가 크게 빠졌고, 결국 이날 출마 의사를 접었다.
이와 관련, 26일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2∼23일 전국 18세 이상 2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784명에게 당 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물은 결과, 김기현 의원이 25.4%, 안철수 의원 22.3%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였다. 나 전 의원은 16.9%로, 김 후보에 오차범위 밖으로 밀렸다. 대통령실의 비판, 친윤계의 비토가 거세지자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공식 사과까지 하며 반윤 공세를 떨치려 했지만 지지율 하락세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 유승민 전 의원 8.6%, 황교안 전 대표 4.2%, 윤상현 의원 0.9%, 조경태 의원 0.4%, 기타 후보 1.4%로 나타났다.
김, 안 의원과 함께 선두그룹을 이뤘던 나 전 의원이 전대 무대 밖으로 퇴장하면서 일단 당 대표 선거는 김기현-안철수 2파전으로 전개될 공산이 커졌다. 나 전 의원의 지지세를 어느 후보가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안 의원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이 여당 지지층 중에서도 강성 친윤에 비판적인 당내 중도층을 양분해왔다는 분석이 있고, 여기에 수도권이라는 지역 기반도 겹치기 때문이다. 실제 대통령실과의 대립 이후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안 전 의원의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이번 YTN·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 안 의원은 김 의원, 나 전 의원과의 일대일 가상 대결에서 모두 오차범위 밖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김기현’ 양자 대결 시 안 의원은 49.8%, 김 의원은 39.4%를 기록했다. ‘안철수-나경원’ 대결에서는 안 의원 52.9%, 나 전 의원 33.7%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나 전 의원이 빠지면서 안 의원의 강세가 더 확연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반대의 시각도 물론 있다. 나 전 의원 지지층의 대부분은 친윤계인데, 이들은 그 동안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출마를 할지 관망해왔다는 것이다. 결국 나 전 의원이 반윤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한 채 경쟁에 빠지면서 이들 지지층이 ‘친윤 대표선수’로 인식되는 김기현 의원으로 집결할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김 의원을 지지하는 친윤 핵심 그룹이 ‘윤심’을 등에 업고 권성동 의원에 이어 나 전 의원까지 주저앉히면서 김기현 대세론이 더 굳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나 전 의원의 불출마가 아직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반윤 대표선수인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에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전대 판세는 다시 한번 요동칠 공산이 크다.
위에 인용된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19%p(국민의힘 지지층 95% 신뢰수준, ±3.5%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