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얼음·협곡’ 한군데서 누렸다…유네스코도 인정한 '철원한탄강'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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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 중에서 화강암교를 지나기 전 바라본 풍광. 눈과 얼음·물이 협곡과 한데 어우러져 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 중에서 화강암교를 지나기 전 바라본 풍광. 눈과 얼음·물이 협곡과 한데 어우러져 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얼음엔 양면이 있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시리지만, 투명하게 반짝이는 자태는 온기를 지녔다. 남쪽지방 사람들에겐 눈 못지않게 쉽지 않은 얼음 구경. 한겨울 수십 센티미터 두께로 꽁꽁 얼어붙는 한탄강은 유네스코가 인증한 세계지질공원으로도 유명하다. 얼음왕국과 세계지질공원, 두 마리 토끼를 보기 위해 강원도 철원군으로 향했다.

■아찔하고 아름다운 ‘한탄’

이달 중순 취재진이 철원을 찾은 날은 유난히 따뜻했다. 눈이 아닌 비가 내렸고, 날씨 탓에 한탄강 얼음과 물 윗길을 걷는 ‘얼음트레킹’ 운영이 중단된 터였다. 아쉬운 마음을 달랠 겨를 없이 곧장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로 향했다. 발 아래 까마득한 강물을 내려다보며 수십만 년 역사의 용암대지가 만들어 낸 주상절리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순담계곡부터 드르니마을까지 총 3.6km에 걸쳐 절벽과 협곡을 따라 ‘잔도(棧道)’가 조성돼, 아찔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취재진은 좀 더 규모가 큰 ‘드르니매표소’에서 출발했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더 힘든 코스라는 건 한참을 걸은 뒤에야 알았다. 오전 9시 50분께 드르니 입구에 들어서자 한동안 내리막 계단이 이어졌다. 절벽의 중간 높이쯤 내려갔을까. 이윽고 새하얀 눈과 얼음, 청록색 물이 어우러진 한탄강이 눈에 들어왔다. 절로 걸음이 멈춰지는 웅장한 광경이다.

강 동쪽 절벽을 따라 이어진 덱길과 계단 곳곳엔 초입부터 ‘미끄럼주의’ ‘계단조심’ 등 안전 문구가 즐비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 위급상황 때 누르는 ‘비상벨’도 곳곳에 설치돼 안전한 트레킹을 도왔다.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의 초입부터 주의를 요구하는 안내 문구와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의 초입부터 주의를 요구하는 안내 문구와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10분쯤 지났을까. 점퍼 옷깃을 풀어헤친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걸어오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길이 열리는 오전 9시에 반대편 순담계곡에서 출발했을 테니, 1시간 30분짜리 코스를 다소 빨리 걸어온 이들이다.

출발 20여 분, 900m 지점에 이르자, ‘드르니 스카이전망대’가 나타났다. 바닥에 구멍이 숭숭 뚫린 철재 현수교 중간에 위치한 전망대여서 절로 심장이 쫄깃해진다. 주상절리길 전체 구간엔 스카이전망대 3개와 크고 작은 쉼터가 여럿 있다. 각자 호흡에 맞춰 걸음을 조절하기 좋다.

1100m 지점에서 첫 번째 다리인 ‘쌍자라바위교’를 만났다. 밝은 색 화강암 위에 어두운 현무암 주상절리가 급경사를 이룬다. 1600m 지점, 두 번째 다리인 ‘현무암교’에선 검은 빛의 현무암 절벽을 좀 더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주상절리길의 중간 지점인 ‘동주황벽 전망대’(1700m 지점)부터 ‘2번홀교’(2300m 지점) 다리까지 600m 구간은 ‘철원한탄강 주상절리 절경구간’이다. 황톳빛 동주황벽을 비롯해 다채로운 형상과 빛깔의 바위·절벽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이 구간은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허공에 선반처럼 달아낸 길이어서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선 차분하게 경치 감상만 하긴 쉽지 않다. 절경구간 중간에 위치한 ‘철원한탄강 스카이전망대’(2000m 지점)는 아찔함의 끝판왕이라 할 만하다. 반원 형태로 길이 강쪽으로 튀어나온 데다, 바닥은 투명한 유리여서 스릴감을 더한다.

철원한탄강 주상절리 절경구간인 동주황벽. 철원한탄강 주상절리 절경구간인 동주황벽.
주상절리길 중 철원한탄강 스카이전망대는 가장 아찔한 구간이다. 주상절리길 중 철원한탄강 스카이전망대는 가장 아찔한 구간이다.

오금이 저리는 긴장감으로 방광에 신호가 올 때쯤 다다른 ‘샘소 전망쉼터’(2700m 지점)엔 출발·도착지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화장실이 있다. 샘처럼 따뜻한 물이 솟아나 ‘샘소’로 추정된다는 지점엔 실제로 얼음이 얼지 않는 자리가 눈에 띈다.

강줄기 곳곳의 얼음이 녹은 덕분에 만날 수 있는 한탄강의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바로 협곡을 따라 울려 퍼지는 웅장한 물살 소리다. 강의 허파 또는 자연 정수기로 불리는 한여울이 바라보이는 ‘한여울교’(2900m 지점), 가마솥 물 끓는 듯한 여울의 소리가 들린다는 ‘구리소 전망쉼터’(3100m 지점)에 다다르면 한탄(큰 여울)의 진면목을 들을 수 있다.

‘순담계곡 스카이전망대’(3300m 지점)를 지나자 순담계곡 입구에서 갓 출발한 이들과 마주쳤다. 엉거주춤한 걸음걸이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어느새 성큼성큼 걷고 있는 취재진의 1시간 반쯤 전 출발 때 모습이 저러했으리라. 취재진은 트레킹 도중 만나는 쉼터와 다리, 절경마다 걸음을 멈추고 사진과 눈으로 경치를 담다 보니 전체 구간을 완주하는 데 1시간 40분 남짓 걸렸다. 순담에서 드르니로,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시간을 다소 줄일 수 있다.

한 번의 트레킹으로 아쉽다면 왕복도 가능하다. 주말·공휴일엔 셔틀버스(순담↔드르니)를 운행하므로, 출발지점에 주차한 차량 때문이라면 굳이 걸어서 되돌아갈 필요는 없다.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철원지역 명소 중 하나인 삼부연폭포. 3단 물줄기가 특징이다.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철원지역 명소 중 하나인 삼부연폭포. 3단 물줄기가 특징이다.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철원지역 명소 중 하나인 직탕폭포. 너비가 80m에 이른다.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철원지역 명소 중 하나인 직탕폭포. 너비가 80m에 이른다.

■현무암과 화강암이 빚은 명소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중 철원에서만 만날 수 있는 명소들이 여럿 있다. 그중 ‘삼부연(三釜淵)폭포’는 겸재 정선의 그림(‘삼부연도’)에 등장할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삼부연폭포를 제대로 관람하려면 주차장에서 진입로 동굴로 조금 걸어 내려가야 한다. 전망덱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300년 전 그림과 흡사하다. 자세히 보면 물줄기가 3단으로 세 번 꺾여, 폭포 이름처럼 가마솥 모양 웅덩이가 여럿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랜 세월 화강암 절벽이 움푹 패여 폭포를 아치 형태로 감싼 형국인데, 덕분에 폭포수의 울림이 더욱 웅장하다.

삼부연폭포의 매력이 ‘높이’(20m)라면, ‘직탕폭포’는 ‘너비’(80m)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직탕폭포는 용암이 겹겹이 식어 굳은 현무암 위로 오랫동안 물이 흐르면서 생긴 계단형 폭포이다. 현무암 기둥이 깎이면서 폭포 위치가 조금씩 상류로 올라가는 ‘두부침식’ 현상을 보인다. 높이는 3m에 불과하지만 전체적인 형태는 나이아가라 폭포와 흡사해, 드넓은 폭포수 소리만큼은 주위를 압도한다.

두 폭포가 각각 화강암·현무암 지대의 특성을 보여 준다면, 한탄강 협곡에 외로이 자리한 ‘고석(孤石)’은 1억 년 전 화강암과 현무암이 빚어낸 신비를 간직한 바위이다. 백악기 중기에 형성된 화강암이 이후 화산 활동으로 용암(현무암)에 뒤덮였다가, 한탄강물에 현무암만 침식되면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바위 바로 앞엔 누각 고석정 있어, 누각과 바위 주변 협곡 일대가 고석정이란 지명으로 불린다.

1억 년 역사를 간직한 고석 바위와 누각. 이 일대를 통틀어 '고석정'이라 불린다. 1억 년 역사를 간직한 고석 바위와 누각. 이 일대를 통틀어 '고석정'이라 불린다.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철원지역 명소 중 하나인 송대소(왼쪽). 오른쪽엔 '은하수교'가 보이고, 강을 가로지르는 부교가 '철원한탄강 물윗길'의 일부다.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철원지역 명소 중 하나인 송대소(왼쪽). 오른쪽엔 '은하수교'가 보이고, 강을 가로지르는 부교가 '철원한탄강 물윗길'의 일부다.

이 밖에 부채꼴·민들레꽃·주름치마 모양 등 다양한 주상절리를 관찰할 수 있는 ‘송대소’도 한탄강협곡 화산지형의 명소 중 한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와 맞물려 개통한 ‘은하수교’를 통해 좀 더 편하게 송대소 일대를 둘러볼 수 있다.

절벽 중간을 걷는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과 달리 철원한탄강 물윗길(부교)을 이용하면 강물 위를 걸으며 주상절리 절경을 좀 더 가까이에서 눈에 담을 수 있다. 물윗길은 11월부터 3월까지 개방 구간을 조금씩 늘려가며 총 8km 구간(태봉대교↔순담계곡)을 운영한다. 주상절리길·물윗길 모두 입장료는 1만 원인데, 입장권을 구매하면 철원사랑상품권(5000원)을 주기 때문에 실제 입장료는 5000원인 셈이다.

철원사랑상품권은 지역 식당이나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다. 철원 일대에는 한탄강 매운탕이 유명하다. 매운탕 못지않은 매운맛으로 추위를 날려 버리고 싶다면 철원공설운동장 인근 ‘개성할매전통육개장’을 추천한다. 대표 메뉴인 버섯이 듬뿍 들어간 육개장에는 3단계 매운맛(순한·보통·얼큰)이 있는데, ‘보통’이 신라면 맵기 정도다.

철원군의 모든 관광지는 화요일 휴무이다. 고석정 주변으로 철원관광정보센터, 한탄강지질공원방문자센터 등 각종 관광안내소가 있어 여행 일정을 짤 때 참고하기 좋다.

글·사진=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추위를 날려버릴 매콤한 맛이 일품인 버섯육개장. 추위를 날려버릴 매콤한 맛이 일품인 버섯육개장.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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