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성중, 고압 송전탑 옆 고지대로 이전 추진 ‘논란’
대단지 아파트 내년 입주 앞두고
10학급 늘려 25학급 신축 계획
교육환경평가위, 두 차례 제동
재심의서 “전자파 우려” 보류
공신력 있는 측정 자료 제출 요구
학교 측 “보완 후 재검토 신청”
부산의 한 중학교가 고압 송전탑 인근의 임야로 학교 이전을 추진해 논란이 인다. 부산시교육청은 학교 이전에 2차례 제동을 걸었지만 학교 측은 전자파 영향이 미미하고 인근 대단지 아파트 입주 전 학급 증설을 위해 이전이 불가피하다며 맞서고 있다.
25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2일 열린 시교육청 교육환경평가위원회(이하 위원회) 2차 심의(재심의)에서 연제구 거성중학교 이전안이 보류됐다. 위원회는 거성중이 이전을 계획 중인 거제동 임야 부지(2만 306㎡) 인근 약 100m 지점에 고압 송전탑이 있는 만큼 전자파 수치를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측정해 제출하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사실상 전자파 영향을 우려해 학교 이전을 보류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교육환경평가위원회는 학교 환경과 관련해 인근 시설의 위해성 등을 심사한다. 위원회를 통과한 뒤 이전 신청 승인을 얻어야 학교 이전이 가능하다.
거성중은 지난해부터 현 학교 부지에서 380m가량 떨어진 임야로 이전을 추진 중이다. 현 위치보다 고지대인 탓에 지난해 9월 위원회 1차 심의에서는 통학로 안전상의 문제와 인근 송전탑 전자파 영향 등을 이유로 부결 의견이 내려졌다. 거성중 측은 이달 열린 위원회 2차 심의(재심의)에서는 통학로 폭을 넓히고 통학로 경사도를 학교 증축 과정에서 낮춰 학생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보완 계획을 내기도 했다.
학교 측은 그린스마트스쿨 형태로 현재 15학급에서 10학급을 늘려 25학급 규모로 학교를 새로 지을 계획이다. 학교 측은 내년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고 학생 수가 260명가량 늘어나기 때문에 50년이 넘은 현재 건물로는 학교 운영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 학교 환경보다 열악한 곳으로 학교를 옮기는 것이 교육 환경적 측면에서 적절한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학교 측이 통학로 개선을 계획하지만 대단지 아파트 기준으로 통학 거리가 늘어나는 등 접근성 측면에서 현재보다 악화되기 때문이다. 위원회가 우려한 전자파의 경우 수치상 문제가 없더라도 학교 인근에 고압 송전탑이 있는 점은 학부모 입장에서는 불안 요소가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학교 측이 현재 부지를 건설사에 매각하는 것을 두고도 학교 부지로 ‘땅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한다. 거성중 현 부지의 경우 인근 부동산 업계에서는 ‘노른자 땅’이라고 분석한다. 올해 입주 예정인 4470세대 규모의 거제2구역 재개발 아파트와 인근 아파트 단지까지 포함하면 부산 최대 주거 단지를 조성하게 된다. 학교 입장에서는 부지 매각만으로도 이전 부지를 매입하고 학교 신축까지 가능한 예산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거성중 부지는 건설사가 매입하는 만큼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라고 인근 부동산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통상 학생이 늘어나거나 학교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 부지에서 증축을 하는 것이 선례인데, 학교를 더 열악한 곳으로 옮기는 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학생 통학 환경, 전자파 영향 우려가 있는 만큼 학교 이전은 교육청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달 중으로 공신력 있는 기관에 전자파 수치 측정을 의뢰해 교육환경평가위원회에 재검토를 요청할 계획이다. 거성중 최현우 교장은 “지난해부터 학부모 설명회를 진행했다. 인근에서 더 좋은 부지를 수소문했으나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했다”며 “전자파 관련 수치를 첨부해 다음 달 중으로 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