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온기를 나눠요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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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에디터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 <겨울 이불>에는 몸과 마음의 추위를 녹이는 온기가 가득하다. 창비 제공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 <겨울 이불>에는 몸과 마음의 추위를 녹이는 온기가 가득하다. 창비 제공

설 연휴 잘 보내셨나요? 행복, 건강, 성공을 기원하는 수많은 덕담도 주고받으셨겠지요.

서정홍이 쓰고 곽수진이 그린 <덕담>(다림)은 새해를 맞아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나의 다짐과 기도’가 들어있는 그림책입니다. 작가는 설 아침 내린 눈을 보며 ‘우리 올해는 저 하얀 눈처럼 깨끗한 마음을 갖자’, 까치 소리를 들으며 ‘우리도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사람이 되자’, 알록달록 어우러진 색동 한복을 보며 '우리도 세상과 잘 어우러지게 살자'고 이야기합니다. 덕담은 함께할 때 더 의미가 있다는 작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예쁜 복주머니에 한가득 채운 복을 다른 이들과 같이 나누는 사회에 대한 바람. 살다 어려운 일이 닥쳐도 팽이처럼 다시 일어나자는, 함께라면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격려.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을 잊지 말라는 당부. 세상을 향한 그림책의 덕담을 들으면 가슴에서 훈훈한 기운이 올라옵니다.

<겨울 이불>(창비)은 뜨끈한 아랫목의 온기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자박자박 눈을 밟으며 집에 돌아온 아이는 훌러덩 겉옷을 벗고 이불 밑으로 쏘옥 들어갑니다. 아이가 들어간 이불 아래에는 안녕달 작가 특유의 참신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세상이 펼쳐집니다.

‘방바닥 귤, 아궁이 군밤, 불구덩이 군고구마’ 같은 간식을 먹으며 뒹굴 수 있는 ‘이불 찜질방’이 독자를 기다립니다. 추위를 피해 몰려든 곰, 너구리, 거북이 등 이웃 동물들과 함께 뜨끈하게 몸을 지집니다. “우리 강아지 왔니?” 반겨주는 할머니·할아버지와 달걀도 먹고 식혜도 나눠 마시며 스르르 잠이 드는 아이를 보면 우리 몸도 같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듭니다.

그림책 <겨울 이불> 본문 이미지. 창비 제공 그림책 <겨울 이불> 본문 이미지. 창비 제공

<겨울 이불>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장면은 일을 마친 아이 아버지가 돌아왔을 때입니다. 할아버지가 이불 밑에 묻어둔 밥그릇을 꺼내 “밥은 먹고 다녀야지”라고 말하며 상을 차려 주십니다. “일은 힘들지 않으냐” “괜찮다” 평범하게 오가는 대화에 마음을 덥히는 온기가 묻어납니다. 이런 온기가 있어 거친 세상 앞에 다시 설 용기를 얻게 됩니다. 여기에 우리가 사는 세상까지 같이 온화해지면 더 좋겠지요? 새해 덕담처럼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는, 온기를 나누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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