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왜성 훼손 논란에 덕천공원 개발 결국 법정 다툼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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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위 “지형 절개 불가” 의견
개발사, 시 문화재위원장 고발
업무방해·직권남용 등 혐의

구포왜성 훼손 논란으로 사업 진행이 중단된 부산 북구 덕천공원 개발사업이 법정 소송으로 이어진다. 덕천공원 전경. 부산일보DB 구포왜성 훼손 논란으로 사업 진행이 중단된 부산 북구 덕천공원 개발사업이 법정 소송으로 이어진다. 덕천공원 전경. 부산일보DB

‘구포왜성’ 훼손 우려로 지지부진하던 부산 북구 ‘덕천공원 개발사업’이 결국 소송전까지 가게 됐다. 덕천공원 개발사업은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공모를 통해 개발사가 사업을 시작했지만 자문기구인 문화재위원회가 구포왜성 훼손을 우려하며 심의를 보류해 현재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덕천공원 민간개발업체인 IPC개발은 “최근 신경철 부산시 문화재위원장을 업무방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북부경찰서에 형사 고발했다”고 29일 밝혔다. IPC개발은 또 부산시의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사업이 진척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며 부산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준비 중이다.


부산시는 공원일몰제 시행으로 공원 부지가 난개발될 것을 우려해 2017년 지자체 예산으로 집행하기 어려운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을 개발하기 위해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추진했다. 민간 사업자가 공원 부지를 매입한 후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30% 이하 부지에서 주거시설, 상업시설 등을 통해 수익을 만드는 방식이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포함된 덕천공원 민간공원사업은 북구 덕천동 산93번지 일원 사유지 9만 5323㎡ 민간업체가 사들여 74%를 공원으로 조성하고 나머지 부지에는 개발사가 문화재와의 공존을 콘셉트로 지하 1층~지상 15층 6개 동, 23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덕천공원 내 구포왜성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주둔하며 쌓은 부산시 지정문화재다. IPC개발 측은 종교시설 확장과 불법주차장, 경작지, 점유물 등으로 훼손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이기에 덕천공원 조성사업으로 구포왜성을 정비해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계획을 부산시에 제시했다.

IPC개발에 따르면 덕천공원 내 구포왜성의 정비와 보존을 위해 2017년부터 문화재위원회와 논의를 이어 왔다. 2020년 6월 4차 심의까지 구포왜성 보호를 위해 제한한 높이·규모 등에 맞춰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일부 변경했다. 하지만 2020년 10월 문화재위원회의 5차 심의에서 지형을 절개하는 것은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결국 산 주변 개발 자체를 문화재 훼손으로 본 것이다. 이에 IPC 개발 측에서는 “개발이 불가능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11월 2년여 만에 6차 심의를 열기로 했지만, 심의 전 현장설명회에서 개발사 측과 문화재위원회 측과의 갈등으로 결국 심의가 취소됐다.

이에 대해 신 위원장은 “구포왜성은 경사진 지형을 이용해 쌓아 올린 성으로 그 지형까지 모두 문화재다”며 “만리장성을 성만 남기고 다 깎는다고 하면 그걸 보존이라 할 수 없듯 부산시가 처음부터 무리하게 추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위원회의 주장에 IPC개발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초 지형까지 보존해야 할 것 같았다면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IPC 개발 측은 “4차까지는 건물 높이에 대한 논의만 하다가 갑자기 5차 심의에서 지형에 손을 대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부산시의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중간에 끼인 사업자만 손해를 보고 있다”며 “사업이 더 이상 지체되거나 중단될 경우 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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