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수용성 가장 중요”… 고준위 폐기물 법안 제동 거는 김기현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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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부산 기자간담회서 밝혀
“임시저장시설 영구화 용납 불가”
지역 의원들 소극 행보와 대조적
여당 내부 의견도 엇갈리는 상황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를 비롯한 부산지역 84개 시민단체가 최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고리2호기 수명 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를 비롯한 부산지역 84개 시민단체가 최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고리2호기 수명 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대현 기자 jhyun@

중앙 정치권이 지역 주민의 거센 반대에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내는 데 대해 여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법안은 포화 상태인 사용후핵연료를 원전의 지상에 설치한 임시저장시설에 보관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으로, 해당 지역에서는 사실상 영구저장시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지난 27일 부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특별법에 대한 질문을 받자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영구화될 수도 있는데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당 대표가 되면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 수용성’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과거 경주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관련 법안을 심사할 때 주민 투표에 의해 수용성을 확보하는 제도를 그 법에 제가 넣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김 의원은 “주민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된다. 이런 사안에 목소리를 내라고 국회의원을 만들어 놨는데, 행정부 방침이 그렇다고 해서 따라가는 게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원전을 육성한다고 해서 방폐장을 부산에 만든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강국’ 기조에 따라 여권이 특별법 처리에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김 의원이 주민 의견 수렴을 강조하며 제동을 건 셈이다. 김 의원의 발언은 지역민들의 안전이 걸린 사안임에도 정부 방침과 현실론을 이유로 이 사안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부산 여당 의원들의 행보와도 대비된다.

부산 국민의힘 의원들도 30일 국회에서 오찬 간담회를 열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을 논의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가 지난 26일 국회에서 특별법 관련 공청회를 여는 등 법안 처리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지역 반발도 커지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표면으로 드러난 의원들의 입장은 크게 갈린다. 앞서 정동만(부산 기장) 의원과 황보승희(중영도) 의원은 지난해 6월 원전 내 고준위 핵폐기물의 임시저장을 금지하는 내용과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이 없는 지역에 인구 수에 비례에 나눠 보관하는 내용의 방사성폐기물법 일부 개정안을 각각 발의해 특별법 반대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반면 산자위 소속인 박수영(남갑) 의원은 29일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영구처분장 건설에 37년이 걸리는데, 현실적으로 임시저장시설을 허용 안 할 수가 없다. 원전이 아니면 어디에다 넣겠느냐”며 “당론도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자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상에 짓는 임시저장시설이 지하 500m를 파고 건설하는 영구처분장이 된다는 건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은 1980년 말부터 울진, 영덕, 태안 등 해안을 낀 수많은 지역에서 시도됐지만,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모두 무산됐다. 현실적으로 영구처분장을 수용할 지역을 찾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서 원전 지역의 우려를 기우로 치부하긴 어렵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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