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근로시간 단축 합의, 탈법 행위 아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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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기사들 임금 청구 기각
유사 취지 판결 최근 이어져

부산 수영구의 한 택시업체에 운행을 하지 않는 택시들이 세워져 있다. 부산일보 DB 부산 수영구의 한 택시업체에 운행을 하지 않는 택시들이 세워져 있다. 부산일보 DB

‘미지급 최저임금’을 둘러싼 부산 법인 택시 기사와 업체 간의 소송전에서 1심 법원이 기사들의 임금 청구를 기각했다. 소정 근로시간을 단축하기로 한 노사 합의가 최저임금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산지법 민사5단독 신민석 판사는 기사들이 부산의 한 택시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반환 소송에서 기사들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1일 밝혔다.

신 판사는 “근로자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소정 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에 해당해 탈법행위로서 무효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기사들은 소정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그 시간만큼 초과운송수입금을 더 얻을 수 있어 소정 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기사들에게 불이익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최근 부산지법에서 심리 중이던 기사와 업체 간의 17개 소송이 이와 유사한 취지로 판결 선고가 났다. 기사 47명이 18개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청구금액 규모는 11억 2000여만 원이었다.

이는 잇따르고 있는 대규모 소송전의 일부이고, 지난해만 해도 부산에서 진행 중인 체불임금 청구 소송은 360여 건으로 참여 기사만 3000명이 넘었다. 항소심이 진행 중이거나 추가로 소송전에 뛰어든 기사들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훨씬 클 전망이다.

소송의 발단은 2009년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라 초과운송수입(사납금을 제외한 금액)이 최저임금 산정에서 제외되면서 전국적으로 기사와 업체 간의 갈등이 빚어졌다. 부산의 경우 노사협의를 통해 기사의 소정 근로시간을 줄여가는 식으로 대처했다. 사측이 매년 증가하는 최저임금 상승분에 대응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다 경기도의 한 택시업체에서 소정 근로시간을 둘러싼 소송전이 발생했고,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소정 근로시간을 줄여 최저임금법을 피하려 한 업체 측의 행위는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을 근거로 여태껏 전국 지방법원의 하급심은 대체로 기사들의 손을 들어줬으나, 최근에는 일부 기류가 변화하고 있다. 택시조합 관계자는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어 고등법원에서 업체들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택시업계 현실을 고려하고, 개별적 사실관계를 면밀히 살피는 판결이 나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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