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난방비 폭탄에 복지시설 안전망 무너져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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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사각에 후원 손길도 줄어
지자체 적극 대응과 사회 온정 필요

전국적으로 강추위가 찾아오며 복지시설 등에 대한 난방비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강추위가 찾아오며 복지시설 등에 대한 난방비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한파와 갑작스러운 난방비 폭등으로 아동·노인·장애인 등 각종 복지시설이 유달리 혹독한 겨울을 보낸다는 소식이다. 지난해보다 많게는 2배나 오른 난방비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되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최대 59만 원에 달하는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들 복지시설은 정부의 그런 지원 대상의 사각에 놓인 경우가 많아 고충을 더한다. 다른 경비를 대폭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 보지만 개별 시설의 노력만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난방비 폭탄에 취약계층의 마지막 안전망인 복지시설의 보호막마저 무너지고 있는 형편인 것이다.


실제 각 복지시설 현장은 악전고투 그 자체라고 전해진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날에는 난방을 아예 중단하고, 실내에서도 두터운 패딩을 입게 하는 곳도 많다고 한다. 보육원에서 아이들에게 온수 샤워까지 줄이라고 독촉하는 형편이니 그 실상이 애처로울 따름이다. 하지만 한파에 난방비를 무한정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후원자들에게 쌀 같은 생필품보다 난방비를 직접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사연도 들린다. 지체장애인들로 구성된 어느 공동생활가정에서는 식비와 자립 지원 프로그램까지 축소하면서 난방비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하니, 그 고충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난방비 부담을 견디다 못한 복지시설들이 곳곳에 긴급지원을 요청해 보지만 그 역시 원활하지 않은 형편이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불황 탓에 개인은 물론 단체나 기업들도 남을 도울 여력이 없는 것이다. 시간이 좀 지나면 나아질까. 전망은 더 어둡다. 이미 감당하기 힘들 만큼 물가가 오른 상태인데 올 상반기부터 가스·전기요금을 비롯해 기타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예정돼 있고, 무역수지 등 우리 경제의 각종 지표가 악화일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복지시설마다 후원자의 발길이 급감한 탓에 전기요금조차 내지 못하는 곳이 숱하다고 한다. 이들에겐 이번 겨울이 유난히 춥고 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 대전시, 세종시, 제주도 등 일부 지자체들은 정부 지원과는 별도로 특별교부금이나 재난구호금 등을 통해 복지시설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 점에서 차상위계층 가구에 10만 원의 난방비를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는 부산시의 대응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것이라 아쉽다고 하겠다. 정부는 정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비상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요즘 같은 형편에 더욱 절실한 게 이웃 사랑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가진 것을 조금만 더 나누려는 온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복지시설의 안전망이 무너지는 걸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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