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 칼럼] 변덕스러운 날씨, 표변하는 민심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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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이상 기후로 부산도 최강 한파 기승
할머니 내쫓은 경찰, 부산 명예에 먹칠
날씨 못잖게 변덕스러운 정치 계절
여당 3·8 전당대회로 일찌감치 개막
존재감 없는 의원 교체 기대감 높아
시민과 같은 곳 바라보는 정치 절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당권 경쟁에서 2강 체제를 굳힌 안철수 의원(왼쪽)과 김기현 의원이 1월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부산 출향인사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당권 경쟁에서 2강 체제를 굳힌 안철수 의원(왼쪽)과 김기현 의원이 1월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부산 출향인사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벌써 입춘이다. 최강 한파로 불리며 기세등등했던 동장군도 계절의 변화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게 자연의 이치인 듯하다. 혹독한 겨울을 보낸 터라 더 기다려 온 봄이다. 새봄의 문턱인 입춘을 넘으면 여름, 가을 지나 또다시 겨울은 찾아올 것이다. 돌고 도는 시간의 수레바퀴 속에서 차면 기울고, 피었다가는 스러지는 게 세상살이의 섭리다.

부산은 이제 마냥 따뜻한 남쪽 나라만은 아니다. 한때 겨울이면 전국의 노숙자가 부산역으로 몰려온다는 풍문이 돌았지만 부산이라고 해서 이상 기후의 무풍지대일 수는 없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가까운 한파라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눈만 내리면 설설 기는 부산의 눈사태(?)가 재현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외지인에게는 부산의 관문이랄 수 있는 부산역은 더는 추위로부터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었다. 막차를 놓친 70대 할머니를 최강 한파의 거리로 내쫓은 부산역 경찰의 비정과 몰인정은 시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세상살이가 팍팍해지면 맨 먼저 고통을 받는 게 어디 명함 내밀기조차 어려운 서민일 터이다. 기후 온난화로 변덕스러운 날씨는 갈수록 기승을 부릴 것이고 보면 사람 대접받는 사람 사는 세상이 더 간절해진다.

날씨만큼 변덕스러운 게 정치 기상도다. 흐렸다 개었다 널뛰기를 거듭한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水則載舟 水則覆舟)는 말처럼 정치는 민심의 바다 위에 뜬 일엽편주다. 민심이 천심이라 했을 때 변덕(變德)스러운 민심도 하나의 덕(德)이요, 나아가서는 표범의 무늬가 가을이 되면 아름다워진다는 표변(豹變)으로 민심은 진화한다. 변덕스럽고 표변하는 민심을 우습게 알다가는 낭패당하기 일쑤다.

봄이 오면서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도 찾아왔다. 오는 3월 8일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계기로 내년 4월 22대 총선을 향한 경주에 출발의 총성이 울린 인상이다. 특히 당내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나경원 불출마’가 부른 나비효과까지 겹쳐 민심 아닌 당심도 변덕과 표변을 거듭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천권을 둘러싼 여당발 총선 모드는 정치권 전체를 일찌감치 내년 4월로 시간 이동을 해놓았다.

온실 속 화초처럼 존재감 없는 의정활동으로 비판받아 온 부산·울산·경남(PK) 국회의원들을 향한 민심의 눈길도 곱지만은 않다. 폴리뉴스·뉴스더원·한길리서치가 지난해 11월 19~21일 실시한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PK 유권자 82.5%가 21대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잘 못한다’고 평가했고, 84.5%는 ‘절반 이상 교체’를 원했다. 22.2%는 ‘거의 대부분 교체’를 희망했다.

부산은 어떤가. 현역 의원 50% 이상은 교체된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부산일보〉가 현행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3대 총선 이후 9차례의 선거 결과를 분석한 결과 현역 국회의원 교체율이 50.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천에서 떨어지든 낙선하든 말이다. 절반은 물갈이된다는 전제 아래 내년 총선을 전망하는 게 보다 이성적인 태도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부산 국회의원을 향한 불만은 차고도 넘친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부산 국회의원들의 공약 이행률은 25.83%로 4개 중 1개만 이행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국 평균(26.95%)에 못 미치는 데다 인근 울산(42.61%)과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국회 본회의 안건 투표에서 부산 의원 18명 중 3분의 1인 6명은 단 1건의 반대투표조차 하지 않아 ‘묻지마 찬성’의 안건 거수기로 전락했다거나 국회 발언 수가 전년도의 20~50%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시민이 바라보는 곳과는 다른 방향으로 국회의원들의 시선이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고리원전 안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과 관련해 먼 산만 쳐다보던 국회의원들이 한 당권주자가 “임시저장 시설 용납 불가”라고 하자 일제히 관련 특별법 저지에 나서겠다고 한다. 엑스포 유치전에서 중요 변수가 된 가덕신공항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문공항’으로서의 위상을 지키면서 2029년 조기 개항에 힘을 모아야 하지만 마찰음만 요란하다. 이러니 부산 국회의원들이 무슨 존재감이 있겠나.

부산 민심은 단순하다. 시민과 같은 곳을 바라보고 공감하는 정치다. 부산을 위해 할 말은 하는 국회의원, 정치적 이해타산에 굴하지 않고 지역을 떠받드는 대변자다. 내년 총선까지는 1년여 시간이 남았다. 적지 않은 시간이요, 돌이키기도 힘든 시간이다. 그 속에는 부산의 운명을 건 2030엑스포 유치전도 있다. 하늘의 그물은 크고 성긴 듯하지만 하나도 빠트리는 법이 없다(天網恢恢 疎而不漏)고 했다. 정치인의 옥석을 가리는 유권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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