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리포트] 불합리한 요금·신재생 공급 꼴찌… “한전 모델 지속가능 어려워”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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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한국전력공사(한전) 사업 모델이 불합리한 요금 체계와 신재생에너지 공급 미비 등으로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외신 보도가 지난달 나왔다. 지난해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앞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한국전력공사(한전) 사업 모델이 불합리한 요금 체계와 신재생에너지 공급 미비 등으로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외신 보도가 지난달 나왔다. 지난해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앞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일보〉는 매주 한 차례 외신 보도나 해외 전문가 기고 등 국제사회가 바라본 한국을 소개하는 ‘코리아 리포트’를 게재합니다. 해외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 걸쳐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가감 없이 전하겠습니다. 코리아 리포트는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서 한국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제시하는 역할도 수행할 것입니다.


영국 FT, 빚더미 한전 배경 분석

전기 펑펑 써도 비용 부담 적어

산업·가정용 모두 현실화 필요

삼성 등 ‘RE100’·탈탄소 박차

친환경 전력 부족이 기업 발목


한국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사업 모델이 부적절한 전기요금 체계와 급속히 진행되는 기후변화 속에서는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번 보도는 한전 발전 자회사들이 공급하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도 꼴찌 수준이라는 점에서 100% 신재생에너지만 사용하겠다고 선언(RE100)한 한국 기업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과 궤를 같이 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크리스찬 데이비스 서울 지국장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한전의 부채 위기가 한국의 취약성을 노출시켰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제했다. 데이비스 지국장은 1월 16일에 올린 칼럼 ‘한반도 전쟁 준비의 교훈’에서 “(전쟁 상황 때) 내가 실제로 생존할 가능성이 0보다 약간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전시) 상황에서 서울을 빠져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써(부산일보 지난달 18일 자 12면 보도) 한국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데이비스 지국장은 이번 칼럼에서 한국의 에너지 독점기업인 한전의 지속가능할 수 없는 사업모델 실상을 짚고 이에 따른 에너지 전환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15일 국회가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자기자본 2배에서 최대 6배로 늘리도록 의결한 ‘한전법 개정안’과 2021년 30조 원에 이르는 한전의 적자 규모를 언급하며 칼럼을 시작했다.

데이비스 지국장은 우선 한국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한전을 통해 어느 정도 저렴한 전기요금을 유지했는지를 하나의 이슈로 봤다. 데이비스 지국장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중국보다 3배 이상 높지만, 한국 기업은 중국 기업보다 전기료를 적게 낸다”면서 “한전 최대 주주인 한국 정부는 한전을 통해 은밀하게 자국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차대조표에서 손실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썼다.

산업용 전기뿐만 아니라 가정용 전기 또한 다른 국가들에 견줘 저렴한 게 사실이다. 2021년 한국 인구 1인당 전기 사용량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가정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번째로 저렴한 편이다. 가장 비싼 독일의 30% 수준이고 일본과 비교하면 40% 수준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한전의 저조한 실적 때문에 한국의 저탄소 경제 전환을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한전의 생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중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사우디아라비아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지난해 한전 발전 자산은 △석탄화력 43% △원자력 38% △액화천연가스(LNG) 15% △수력·신재생에너지 3% 등이다. 그는 “한전은 변동성이 큰 석탄과 LNG 가격이 운영 마진을 크게 결정한다는 증거가 분명한 상황에서도 화석 연료를 두 배로 늘렸다”며 미국의 싱크탱크인 에너지경제·재무분석 연구소(IEEFA) 크리스티나 응 연구원의 말을 인용했다.

한전은 69.4%의 전기를 6개 발전 자회사 등에서 얻는다. 이중에서 원자력 발전량의 100%, 석탄화력의 90% 등을 공급받는 반면 전체 신재생에너지의 90% 이상을 한전 자회사가 아닌 민간 발전사에서 받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삼성과 같은 한국의 주요 기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의 고객사인 애플이나 투자자들은 삼성이 공급망에서 탈탄소화를 추진할 것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애플은 공급업체와 협력을 통해 2030년까지 주요 협력업체 공정에서 RE100 목표를 설정했고, 삼성도 지난해 9월 RE100을 선언했다. 문제는 삼성이 국내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의 신재생에너지를 얻기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주요 대기업이 한전 시스템 밖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사로 전환하면, 이 또한 한전의 생존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농후하다.

데이비스 지국장은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의 발언도 인용했다. 김 대표는 “수년간 한전의 사업은 한국의 녹색 전환을 위협했다”면서도 “이제 한국의 녹색 전환이 한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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