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뜨거운 가덕신공항, 감당할 수 있나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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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헌 사회부장

‘발등의 불’ 조기 개항 ‘빨간불’ 커져
TK신공항 경쟁구도로 위상도 흔들
부산 정치권·부산시 안이함·무기력
향후 대응방안과 출구전략도 부재
조기 개항 먼저, 위상은 전략적 접근
컨트롤타워, 주도적인 모습 보여야

여객기에서 내려다본 부산 강서구 가덕신공항 예정지. 정종회 기자 jjh@ 여객기에서 내려다본 부산 강서구 가덕신공항 예정지. 정종회 기자 jjh@

요즘 가덕신항공이 뜨겁다. 2~3년 전 신설 문제로 부산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던 가덕신공항은 이후 어렵사리 신설 건립이 결정되면서 조용한 행보를 해왔다. 이후 부산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2030세계박람회 유치로 이어졌다.

그랬던 가덕신공항에 대해 최근 빨간불이 커졌다. 관련된 쟁점은 크게 2가지다.


첫째, 조기 개항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부산의 입장에서 2030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서는 가덕신공항이 2030년 전에 개항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하다. 국토부는 매립식 건설공법으로 2035년에나 개항되는 원안을 그동안 고수하다가, 최근 2~3년 공기를 앞당길 수 있는 수정안을 내놨다.

부산시가 공기를 앞당기기 위해 제시한 하이브리드 공법(매립식+부유식)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국토부의 건설공법 자문회의에서 그 분위기가 그대로 읽힌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은 건설공법의 공사기간보다는 안전성에 대한 검증만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토부가 공사기간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상태로 자문회의가 이어진다면 2030년 이후에 개항되는 국토부의 매립식 건설공법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일부 자문위원들은 분위기를 전했다. 국토부가 2030세계박람회 유치 실패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둘째, 대구경북(TK) 통합신공항이 경쟁구도로 올라왔다는 것이다. 가덕신공항은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추진됐다. 국가의 제1공항인 인천국제공항에 이어 유사시 인천공항을 대신할 수 있는 지방 최대의 공항으로 육성한다는 게 정부와 부산시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TK신공항특별법에서는 TK신공항이 중·남부권 중추공항으로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명시돼 있고, TK신공항 건설 시 부족한 재원은 국고로 지원하다는 것 등이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있다.

중추공항으로서 위상과 국제물류공항으로서의 역할이 겹친다. 중추공항으로 지정되면 국가의 지원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항공노선 신설에 유리하다. 가까운 위치에 있는 영남권의 2개 관문공항은 물류허브로서 성장하는 데 서로 걸림돌이 될 뿐이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한데, 부산 정치권과 부산시는 안이하고 무기력하다.

조기 개항과 관련해서는, 국토부가 가덕신공항의 조기 개항을 천명했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2030세계박람회 유치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니, 설마 조기 개항에 문제가 있겠느냐는 안이한 인식이다. TK신공항과의 경쟁구도를 부추기는 것은 지역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말을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한다. 그저 예산 분산으로 인한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론을 잠재우기 바쁘다.

현 시점에서 부산 정치권과 부산시는 가덕신공항 문제를 감당하기 어려워 보인다. 향후 대응방안이나 출구전략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2~3년 가덕신공항 유치 때 보였던 전략 부재를 다시 한번 되풀이하는 모양새다. 그때도 부산 정치권과 부산시의 컨트롤타워는 전략보다는 그저 부산시민의 열망에 기대어 많은 에너지를 소진하고 나서야 겨우 유치에 성공했다.

부산 입장에서는 가덕신공항의 조기 개항과 동남권 중추공항 위상은 둘 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우선, 조기 개항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건설공법이 2월 말이나 3월에는 결정되는 만큼 국토부와의 긴밀한 협의가 더 절실하다. 매립식이든 하이브리드 공법이든 절충을 해서 공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덕신공항특별법의 개정안도 이른 시기에 통과시켜 건설공법 결정과 동시에 향후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로드맵’을 완성시켜야 한다. 지금의 불확실한 일정으로는 2030세계박람회 유치에 장애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덕신공항의 위상 문제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TK신공항이 여당 내의 TK세력 입지, 홍준표 대구시장의 추진력 등으로 위상이 급부상했고 개항 이후 사실상 무한경쟁체제로 들어설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막는 것 못지않게 향후 중추공항 표기 등 가덕신공항의 위상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8월에 마무리되는 가덕신공항 기본계획 용역에 제2활주로 배치, 활주로 길이, 추가확장 계획 등 공항의 규모와 기능을 높이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

2030세계박람회 유치에 매진해야 할 시점에 가덕신공항 문제가 불거진 것이 안타깝다. 수도권 팽창에 맞서는 지역 공항을 두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현 상황에 답답한 부산 시민들은 부산 정치권과 부산시가 국토부와 대구 등에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모습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풀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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