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주인공과 이름 같은 식당, 문 닫을 걱정하다 줄 서는 맛집으로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대학가 대만음식점 ‘정대만’
영화 인기 끌자 덩달아 호황


대만음식점 ‘정대만’ SNS에서 재료 품절로 조기 마감을 알리는 게시물. 업체 SNS 캡처 대만음식점 ‘정대만’ SNS에서 재료 품절로 조기 마감을 알리는 게시물. 업체 SNS 캡처

1990년대 만화 ‘슬램덩크’가 최근 스크린에서 부활해 인기를 끌자 영화 속 등장인물 이름을 딴 부산의 한 음식점에 난데없이 인파가 몰리는 등 ‘슬램덩크 이색 마케팅’이 화제다.

부산 남구 부경대 인근에서 10평 남짓한 대만음식점을 운영하는 정재훈(42) 씨는 최근 몰리는 인파가 얼떨떨하다. 약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가게에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다. 평일 점심시간 전에도 입장 못한 고객 10여 명이 가게 밖에서 줄을 설 정도다. 대학가에 있는 가게 위치 특성상 비수기인 겨울방학 때 인파가 몰리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이는 정 씨 가게 상호가 ‘정대만’이기 때문이다. 정대만은 일본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정 씨는 자신이 좋아하던 슬램덩크 캐릭터 이름에다 대만음식점이라는 뜻으로 ‘정대만’으로 상호를 정해 2021년 6월 장사를 시작했다. 최근 영화관에서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인기를 얻자, 한 네티즌이 SNS에 정 씨의 가게를 소개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부산 남구 부경대 인근에서 영업 중인 대만음식점 ‘정대만’ 업체 측 제공 부산 남구 부경대 인근에서 영업 중인 대만음식점 ‘정대만’ 업체 측 제공

덕분에 영업을 시작한 지 약 2년 만에 정 씨의 가게는 갑자기 ‘핫플’이 됐다. 그는 최근에 장사가 잘 안돼 문을 닫을까 심각하게 고민도 했는데, 슬램덩크가 가게를 살린 셈이다. 지난 6일 평소보다 많은 재료를 준비했지만, 손님이 몰려 낮 12시 30분에 재료가 소진될 정도였다. 그의 가게는 평소 오후 8시까지 운영하지만, 재료 조기 소진으로 거의 매일 대낮에 영업을 조기 마감하고 있다. 그는 가게 SNS에도 ‘메뉴 품절로 일찍 마감합니다. 선생님, 요리가 하고 싶어요’라며 슬램덩크 속 정대만의 ‘농구가 하고 싶다’는 대사를 차용하기도 했다. 정 씨는 “평소에 슬램덩크를 좋아했지만 이런 식으로 효과를 볼지는 전혀 몰랐고, 어릴 때 즐겨 봤던 슬램덩크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 6일 기준 누적 관객수 239만 2406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4일 국내 개봉 후 개봉 23일 만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후 11일 연속 정상을 차지하며 입소문을 끌고 있다. 슬램덩크의 신드롬급 인기에 덩달아 ‘슬램덩크 마케팅’도 인기를 얻고 있다.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흥행에 힘입어 슬램덩크 만화 단행본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흥행에 힘입어 슬램덩크 만화 단행본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내 CGV 영화관에서 지난달 판매한 슬램덩크 팸플릿과 열쇠고리는 이미 완판됐다. 지난달 26일 문을 연 ‘더현대 서울’ 백화점의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에는 하루 만에 피규어와 유니폼 등을 사려는 팬 1000여 명이 몰리기도 했다. 이 중 정대만 유니폼은 없어서 못 구할 정도다. 실제로 13만 5000원에 판매되는 정대만의 유니폼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30만 원에 거래될 정도다. 영화 속에서 정대만은 부상과 방황을 딛고 재기에 성공하는 인물로 젊은 층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점에서 관련 술과 만화책도 판매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이번 달부터 판매 중인 ‘슬램덩크 와인’ 구매자 80%가 30~40대 남성이라고 밝혔다. 또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최초로 슬램덩크 만화책 전권 총 2000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G마켓과 옥션은 영화 개봉 직후인 지난달 4일부터 약 한 달 동안 슬램덩크 만화책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슬램덩크 팬인 최광진(36) 씨는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 버린 30~40대가 젊은 시절 좋아했던 만화이기도 하지만, 청춘의 열정과 감성을 소환하는 측면 덕에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