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보양식 새 강자 염소탕
온갖 좋은 약품이 날마다 쏟아지는 시대이지만, 직접 음식으로 섭취하는 보양식에 대한 관심 또한 여전하기만 하다. 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면 될수록 보양식을 찾는 사람들도 더욱 늘어난다.
특히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보신탕을 즐겨 온 만큼 보양식에 대한 관습이 뿌리 깊다. 대표적인 게 바로 개고기 식용이다. 그런데 근래 들어 개고기 식용 문화가 급격히 쇠퇴하면서 그 자리를 염소가 차지하는 중이라고 한다. 강고할 것만 같았던 개고기 문화도 개 식용 금지 움직임과 급증한 반려견 등 세태 변화에 밀려 내리막길로 들어선 분위기다.
그런 보신탕을 대신해 새로운 보양식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게 염소탕이다. 개고기 쇠퇴와 맞물려 최근 전국에서 염소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도 급등세라고 한다. 건강상 효능도 괜찮고, 맛과 조리법도 비슷한 염소탕이 보신탕의 자리를 대신하는 대체재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한국흑염소협회가 밝힌 지난달 11일 기준 산지 흑염소 시세는 암염소의 경우 ㎏당 1만 9000원으로 지난해 7월보다 무려 73%나 올랐다. 생후 3개월 된 암염소는 같은 기간 kg당 가격이 배 넘게 급등했다고 하니, 염소에 대한 수요 증가가 어떤지 짐작이 간다. 예전의 이름난 보신탕 식당이 새 메뉴로 염소탕을 추가하거나 아예 염소탕 전문으로 바꾸는 곳도 늘고 있어 앞으로 염소에 대한 수요는 더 늘 것이라는 예상이다.
사실 염소는 중동을 비롯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의 4분의 3에 이르는 국가에서 이미 식용으로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가축이다. 우리나라도 예전부터 보양을 위한 약으로 많이 애용했다. 특히 염소탕은 추운 겨울을 이겨 내는 데 좋은 따뜻한 음식으로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염소고기는 육류 중 주류인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와 달리 특유의 냄새가 있는 데다, 조리를 위한 밑 손질이 어려운 게 단점으로 꼽혔다. 그런데 이젠 보신탕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새 조리법과 메뉴도 속속 개발돼 대중화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편으로 인간과 벗하는 반려동물의 지위에 오르면서 ‘급’이 달라진 개와 앞으로 더 많은 생명을 내놓아야 하는 염소의 처지가 묘하게 겹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자기 몸을 내어 주는 염소를 비롯해 다른 가축들에게 정말 생명의 큰 빚을 지고 있는 존재가 새삼 인간임을 느끼게 된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