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계산 안 한다” 지만… 민주 ‘이상민 탄핵’ 속내 복잡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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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최소한의 도리”
8일 본회의 처리 의지
헌재 인용 여부 불투명
국힘 “구렁텅이 빠질 것”

더불어민주당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이 장관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이 장관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전날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과 관련, 7일 “정치적으로 불리하더라도 그 계산기는 완전히 내려놓고 오직 국민이 하라는 일을 하겠다”며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태원 참사’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는 유족과 국민의 뜻을 따른다는 의지 표명이지만, 한편으로는 탄핵안의 인용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고민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장관을 문책하는 것은 양심을 지닌 국회의원이라면 당연히 나서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국민을 지켜야 하는 국회로서 기본적인 책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은 사과와 책임을 기대했지만 대통령과 장관은 끝내 모르쇠로 응수했다”고 탄핵안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은 8일 본회의에서 탄핵안 처리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야 3당에 의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안은 국회법 규정에 따라 ‘보고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을 마쳐야 한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종용하고 있지만, 표결에 올리지 않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150명) 찬성 시 가결된다. 169석의 민주당만으로도 충분히 통과시킬 수 있다.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헌정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소추 사례로 기록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종섭 행정안전부 장관, 문재인 정부의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시도가 있었으나 실제 처리된 적은 없었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 심판까지 이 장관 권한은 정지된다. 대통령실은 탄핵안 가결에 대비해 실무형 관료로 평가되는 한창섭 차관을 ‘실세형 차관’으로 교체해 부처 장악력을 유지한다는 구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로 넘어가는 탄핵안의 인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단 탄핵 소추위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김도읍 의원이 맡는다. 김 의원이 헌재에 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해 탄핵심판을 청구하면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가 시작된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 의원은 탄핵안에 부정적이다. 김 의원은 “아직 탄핵안 처리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이 장관이 국무위원 탄핵 요건인 헌법과 법률에 중대한 위반을 한 점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이 소추위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소추위원을 대리인에게 맡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헌재 상황도 변수다. 헌재는 오는 3월과 4월 이선애 재판관과 이석태 재판관이 임기 만료와 정년퇴임을 앞뒀다. 11월에는 유남석 헌재소장 임기도 만료된다. 남은 재판관도 윤 대통령 임기 중 새로 임명된다. 그동안 진보 성향을 보였던 헌재 인적 구성의 변화는 이 장관 탄핵 심판에서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내에서도 역풍 우려가 상당하다. 비명(비이재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심판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사법재판을 한다”며 “기각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했다. 최고위원인 고민정 의원도 “이제 민주당에 주어진 건 만에 하나 닥치게 될 역풍을 얼마만큼 버텨낼 것인지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책임론을 부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참사 발생 후 장관의 일부 언행이 부적절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것을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가 인용할 가능성은 제로라는 원로 헌법학자의 의견도 있다”며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탄핵이 기각된다면 혼란과 결과는 온전히 민주당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제원 의원도 “민주당이 탄핵안을 통과시킨다면 정말 스스로 구렁텅이에 빠지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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