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다시 오겠습니다”… 이제야 유골 마주한 우키시마호 유족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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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단체 7일 부산 영락공원 방문
유골 12구 유족 찾기 나서기로
합동 추모 위해 시설 건립 추진
북항공원에 추모비 조성도 제안

우키시마호 희생자 추모협회와 유족회 관계자들이 7일 오전 부산 영락공원 제2영락원 무연고자실에서 우키시마호 희생자 유골함을 확인하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우키시마호 희생자 추모협회와 유족회 관계자들이 7일 오전 부산 영락공원 제2영락원 무연고자실에서 우키시마호 희생자 유골함을 확인하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이제야 찾아뵙습니다.”

7일 오전 부산 영락공원 제2영락원 무연고자실. 우키시마호 유족회 한영용 회장은 우키시마호 희생자 유골함이 든 보관함 문이 열리자 두 손을 모은 채 연신 고개를 숙였다. 경남 거창군에 거주하는 한 회장은 우키시마호 희생자 유골 12구가 영락공원에 장기간 방치돼 있다는 사실(부산일보 3일 자 1·2·3면 등 보도)을 접한 뒤 한걸음에 이곳으로 달려 왔다.

이날 12구의 유골함에는 이전과 달리 우키시마호 희생자를 구분하기 위한 스티커가 붙었고 봉안번호, 일본식 성명 강요에 따른 이름 등이 적혔다. 한 회장은 희생자 이름을 한 자씩 읽은 뒤 “안타깝지만 이렇게라도 (유골을)확인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한·일 양국에 뿔뿔이 흩어진 유골을 하루빨리 되찾겠다”고 말했다.

이날 영락공원에는 한 회장과 함께 우키시마호 희생자 추모협회 관계자도 여럿 참석해 유골함을 일일이 확인하고 희생자를 추모했다. 영락공원을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 측에 추모공원이 설립될 때까지 희생자 유골 관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추모협회 김영주 회장은 “이름만 적힌 채 여기저기 보관돼 있는 유골함을 보니 우키시마호 폭침과 같은 큰 역사가 서서히 소멸되어 간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국가가 알면서도 유골을 방치하는 현실이 참담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추모협회와 유족회는 희생자 기록과 추모 행사 참여자 명단을 토대로 이번에 확인된 유골 12구의 유족을 찾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키시마호 희생자 추모협회와 유족회 관계자들이 7일 부산 영락공원 제2영락원 무연고자실에서 유골함을 보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우키시마호 희생자 추모협회와 유족회 관계자들이 7일 부산 영락공원 제2영락원 무연고자실에서 유골함을 보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더불어 우키시마호 사건을 기억하고 후대에 알리기 위한 추모시설과 추모비 조성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우키시마호 희생자 유골은 대부분 배 인양 이후 합골되거나 분골돼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유골함에 적힌 이름과 실제 신원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유골을 나누어 여러 시설에 봉안하기보다 한 곳에 모아 합동 추모해야 한다는 의견이 줄곧 제기됐다.

추모비의 경우 부산 북항문화공원에 조성하는 방안이 시민청원서 형태로 부산시에 제안된 상태다. 부산항은 우키시마호의 당초 목적지였던데다 배가 침몰한 일본 교토 마이즈루항 추모비를 마주 보는 방향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추모협회 측은 “시민 모금운동, 기업 협찬 등 여러 형태로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유치한다면 이 추모비가 한국의 아픈 역사를 알리는 평화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에 남은 유골을 대거 봉환하기 위해 집단매장지 사전 답사도 추진 중이다. 현재 우키시마호 희생자 유골은 공식적으로 도쿄 유텐지에 남은 280구(남한 출신 275구, 북한 출신 5구) 이외에 마이즈루항 일대에도 상당수 묻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인양 과정에서 바다에 쏟아졌거나 인근 산에 매장됐다는 것이다.

추모협회와 유족회는 마이즈루 시민단체인 ‘우키시마마루 순난자를 추모하는 모임’과 협력해 오는 3~4월 집단매장지 10여 곳에서 기초 조사를 벌이고 이후 추가 발굴·봉환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에 현장답사 민·관추진단 구성을 요청했다.

한편 일본 시민단체 측에서도 유골 봉환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 우키시마마루 순난자를 추모하는 모임 시나다 시게루 회장은 “유족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부산 등에 추모 공간이 조성되기를 바란다”면서 “이는 동아시아 평화에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승훈·히라바루 나오코(서일본신문) 기자 lee88@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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