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테슬라의 두 얼굴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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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진 서울경제팀장

‘혁신 아이콘’ 이면에 사기·기부 제로 민낯
‘자동차 업계 애플’…디자인·제조·판매 혁신
과장광고, 주행거리 사기 등으로 얼룩져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감 가져야 생존할 듯

테슬라는 ‘자동차 업계의 애플’로 불린다. 아이폰으로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뒤흔들었던 애플처럼 테슬라도 전기차로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천재 CEO도 닮은꼴이다. 애플에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면 테슬라엔 일론 머스크가 있다.

2007년 잡스는 삼성, 노키아의 2G 피처폰과 블랙베리 등의 자판식 휴대폰이 판치던 업계에 3.5인치 디스플레이에 홈버튼 하나만 있는 스마트폰을 들고나왔다. 그 안에 자판부터 앱 등 모든 소스가 들어가 있었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디자인은 스마트폰의 표준이 돼버렸다. 단순하고 깔끔하면서도 사용성을 대폭 끌어올린 아이폰처럼 테슬라도 단순함을 통한 혁신을 내세웠다. 실내에는 모니터 하나만 달랑 있고, 공조와 오디오, 네비게이션 조작을 위한 버튼이 없다. 시동버튼도 없다.

애프터서비스(AS) 방식도 기존에는 AS센터로 가서 수리했지만 테슬라는 아이폰처럼 OTA(무선업데이트)를 통해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AS까지 해주고 있다. 거기에 긴 충전거리까지 내세우며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기차 출시를 본격화하기도 전에 시장을 장악했고, 글로벌 기업 가운데 주식 시가총액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용접 대신 한 번에 차체를 찍어내는 ‘기가프레스’로 대표되는 제조 혁신, 온라인 전용 판매 등을 통해 자동차 업계 사상 최고 수준의 마진율을 확보한 것도 업계를 놀라게했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 1위 토요타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률은 10%를 밑도는 반면 테슬라는 16.8%에 달했다.

이처럼 자동차 혁신의 아이콘이 된 테슬라이지만 그 이면은 혁신과는 거리가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 광고와 주문취소 방해 혐의 등으로 28억 원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이다. 여러차례 가격을 인상하고 늑장 AS로 소비자 불만이 높았던 상황에서 이 같은 행태까지 드러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테슬라는 국내 홈페이지에서 자사 전기차의 주행가능 거리, 수퍼차저 충전 성능, 연료비 절감 금액에 대해 거짓, 과장, 기만 등으로 사실과 다르게 광고했다.

테슬라가 2019년 8월 16일부터 최근까지 국내 홈페이지에 ‘1회 충전으로 528km 이상 주행 가능’이라고 했는데, 이는 상온(섭씨20~30도)·도심 도로 등 특정 환경에서만 가능한 거리였다. 실제 대부분 주행 조건에서는 광고보다 주행거리가 짧았다. 특히 온도가 낮은 도심 도로에서 측정한 주행거리는 광고에 견줘 최대 50.5%까지 줄었다.

공정위는 또 테슬라의 연료비 절감 금액 광고에도 기만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테슬라는 여기에 주문을 취소한 소비자에게 10만 원의 위약금을 징수했고, 온라인으로 주문을 취소할 수 없게 했다고 한다. 고객이 왕 내지 갑이 아니라 테슬라가 갑질을 한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테슬라코리아의 경우 국내 진출한 다른 수입차들과 달리 기부 등 사회공헌활동은 전무한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나타난 테슬라코리아 감사보고서에는 기부항목이 아예 없다. 2021년 기준으로 테슬라코리아와 매출이 비슷한 포르쉐코리아가 16억 원의 기부금을 내고 다양한 공헌활동을 하는 것과 비교된다. 매출 7497억 원인 볼보차코리아도 7억 원을 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가 전기차 보조금 명목으로 한국정부에서 연간 1000억 원 안팎 챙긴 적도 있는데 기부금 0원은 한국시장을 대하는 테슬라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고객들과의 소통에도 소극적이다. 한국 시장에서 연간 40% 안팎 차값을 올릴때는 물론이고 최근 판매부진에 따른 차값 인하에 대한 설명 요구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테슬라 중국 법인의 경우 임원이 직접 해명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테슬라의 닮은 꼴 애플도 과거 AS 등에서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다가 불만이 폭발하면서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메이커들이 전기차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테슬라 입지가 좁아졌다. 더이상 시장을 주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국토요타자동차의 경우 사회공헌 관련 보도자료를 낼때마다 빠뜨리지 않는 문구가 있다. ‘기업시민의 일원으로서 한국 사회를 위한~’, ‘한국 사회 일원으로서~’ 등이다. 테슬라는 앞으로 보도자료나 신차를 낼 때마다 ‘한국에서 돈만 벌어가는 기업으로서~’라는 문구를 새겨야 할 듯하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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