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광] <997>꿈일런지? 꿈일른지?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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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팀장

‘그 속에서 진짜로 봉쇄되어 질식당하고 있는 것은 거꾸로 우리 모두의 미래와 안전 그 자체는 아닐런지.’

‘하나씩 무차별이 자리하도록 차근차근 무언가를 시도해 보는 데서, 인류의 진보가 이루어지고 또 태평천국이 가능한 것은 아닐른지.’

정치인들이 SNS에 올린 글인데, 공통적으로 틀린 게 있다. ‘아닐런지/아닐른지’를 나란히 잘못 쓴 것. 우리말에 ‘-ㄹ런지’나 ‘-ㄹ른지’라는 종결어미는 없다. 이 자리에 어울리는 종결어미는 ‘-ㄹ는지’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ㄹ는지: ①(‘이다’의 어간, 받침 없는 용언의 어간, ‘ㄹ’ 받침인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 붙어) 하게할 자리나 해할 자리에 두루 쓰여, 어떤 불확실한 사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그 사람이 과연 올는지….) ②(‘이다’의 어간, 받침 없는 용언의 어간, ‘ㄹ’ 받침인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 붙어) 하게할 자리나 해할 자리에 두루 쓰여, 앎이나 판단·추측 등의 대상이 되는 명사절에서 어떤 불확실한 사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무슨 일이 일어날는지를 누가 알겠니?)

이러니, ‘아닐런지/아닐른지’는 둘 다 ‘아닐는지’라야 했던 것.

같은 맥락에서, ‘만약 자신이 결혼을 하고 있고, 배용준 씨와 같이 멋진 사람이 나타나면 어떻게 할련지?’에 나온 ‘할련지’도 ‘할는지’라야 했다.

‘그런 행동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질런지 걱정도 되지 않는가?’

윗글에 나온 ‘비춰질런지’에는 두 가지 잘못이 있다. 먼저, 이젠 아시다시피 ‘~ㄹ런지’는 ‘~ㄹ는지’라야 했다. 또 ‘무엇으로 보이거나 인식되다’라는 뜻으로는 ‘비치다’면 충분하므로 굳이 저렇게 피동꼴로 쓸 필요도 없다. 결국 ‘비춰질런지’는 ‘비칠는지’라야 했던 것.

〈극락세계련가…절경에 취해 잊어버린 108번뇌〉

‘통도사 13암자 순례길’을 다룬 어느 신문의 제목인데, ‘극락세계련가’가 잘못이다. 우리말에 ‘-련가’라는 종결어미도 없기 때문이다. 표준사전을 보자.

*-런가: (‘이다’, ‘아니다’의 어간이나 어미 ‘-으시-’, ‘-더-’, ‘-으리-’ 뒤에 붙어)하게할 자리에 쓰여, ‘-던가’의 뜻으로 예스럽게 사용하는 종결 어미. 주로 옛 말투의 시문(詩文)에 쓰인다.(저곳이 내 고향이런가?/저기 고개를 넘어오는 흰옷의 여인은 우리 어머니가 아니런가.)

이러니, 가곡 ‘그리운 금강산’이 ‘누구의 주제런가~’로 시작하는 것처럼, 저 제목 역시 ‘극락세계런가’라야 했던 것.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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