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는 어르신 늘었는데… 경로당 예산은 그대로라니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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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회복 후 부산 시설 발길 늘어
공공요금 급등에 노인들 부담 커
한파에도 패딩 입고 난로에 의지
지원금은 ‘거리두기’ 당시 머물러
2년 전 이용률 기준, 사실상 감액

단계적 일상회복 조처에 따라 지역 경로당을 찾는 노인이 크게 늘었으나 지원금 부족으로 시설 운영에 어려움이 따른다. 8일 오후 부산 동구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전기난로를 켜고 패딩 점퍼를 입은 채 지내는 모습. 단계적 일상회복 조처에 따라 지역 경로당을 찾는 노인이 크게 늘었으나 지원금 부족으로 시설 운영에 어려움이 따른다. 8일 오후 부산 동구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전기난로를 켜고 패딩 점퍼를 입은 채 지내는 모습.

8일 오후 6시 부산 동구 A경로당. 난로 주변으로 어르신 대여섯 명이 담소를 나누거나 한가로이 TV를 보고 있다. 장기를 두는 이도 있다. 대부분 70대 후반~80대 초반의 나이로 이들에겐 사실상 경로당이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코로나19로 적막감이 흐르던 곳이지만, 지금은 지역 어르신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생기가 도는 풍경과 달리 실내 공기는 상당히 서늘하다. 난방을 하지만, 최대 온도를 낮추기로 이용자끼리 약속을 정했다. 대신 난로를 켜고 패딩 점퍼를 입고 생활한다. 코로나19로 노인정이 비어 있을 때나 지금이나 경로당 지원금에 차이가 없다 보니 조금 추워도 버텨야 한다. 고령의 어르신들이 찬 공기 속에서도 화기애애한 모습이 한편으론 안타깝다. 박승규(81·부산 동구 범일동) 씨는 “경로당에서도 난방비 감당이 어려워 얼마 전 한파가 닥친 이후 항상 난로를 때고 생활하고 있다”며 “조금 추워도 경로당이 계속 문을 열려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단계적 일상 회복 조처에 따라 지역 경로당을 찾는 노인이 크게 늘고 있으나, 지원금 부족으로 경로당마다 시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자체 지원금 규모가 2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상황의 이용률을 참고해 결정됐기 때문이다. 최근 급격히 오른 난방비 등 물가를 고려하면 사실상 이용객은 늘었지만, 지원금은 줄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8일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2436개소 경로당에 총 53억 6800만 원이 지급됐다. 이는 지난해 52억 9704만 원보다 약 1% 늘어난 규모이며, 2021년 53억 4000만 원과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로당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할 때와 지원금 규모에 차이가 없는 셈이다. 경로당 지원금은 국비 50%, 시비 25%, 구비 25%의 비율로 편성된다.

경로당 실제 이용객이 늘어도 지원금이 제자리걸음인 까닭은 2년 전 상황으로 현재의 지원금 규모를 정하기 때문이다. 2년 전 지원금을 다 소진하지 않았다면 올해 예산이 늘기 어려운 구조다. 문제는 코로나19 기간에 경로당이 운영되지 않은 날이 많아 2020년 39%, 2021년 72%로 비정상적으로 지원금 집행률이 낮았다는 점이다. 지난해의 경우 지원금이 줄었으나, 단계적 일상 회복 절차가 하반기부터 본격화돼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사실상 거리두기 조치가 모두 해제돼 경로당 이용객이 예년보다 늘 것으로 보여 지원금 소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난방비, 전기료, 식자재 물가 등이 줄줄이 인상됐거나 인상이 예정돼 있어 오히려 코로나19 기간에 비해 실제 지원금은 준 것과 마찬가지라는 하소연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부족한 지원금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또 여름이 오면 무더위를 피해 경로당을 찾는 어르신이 많지만, 올여름 경로당 에어컨 가동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위는 패딩 점퍼를 입는 식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더위는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려워 결국 올여름 경로당 이용을 포기하는 어르신이 늘 가능성도 있다.

부산시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최근 경로당 지원금 집행률이 낮다 보니 관련 예산 자체가 적게 내려오면서 발생한 일”이라며 “추후 모자라는 금액은 복지부에 증액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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