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희와 함께 읽는 우리 시대 문화풍경] 예술지원과 예술의 사회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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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대학원 예술·문화와 영상매체협동과정 강사

부산문화재단 감만창의문화촌에서 열린 행사 장면. 부산일보DB 부산문화재단 감만창의문화촌에서 열린 행사 장면. 부산일보DB

“부산시립교향악단에서 일하니 참 좋으시겠어요.” 현직에 있을 때 어느 간담회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다. 한 민간예술단체 운영자는 공연을 기획할 때마다 예산문제로 막막하다 했다. 자비 투자에는 한계가 자명하고, 후원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당시 대여섯 번 공연을 치르기에도 부족한 제작비로 연간 20회 이상 공연을 치러야 했던 입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목까지 차올랐다. 출연료 협의 과정은 더욱 난망했다. 예술가를 섭섭하게 대접해서는 안 되노라는 꾸지람이나 훈계도 비일비재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초경비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민간단체의 입장에서는 적으나마 예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부산시향이 부러울 수도 있었겠다.

최근 부산 문화예술지원사업의 예산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2017년부터 꿈쩍도 하지 않던 45억 원 남짓한 지원금이 65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처럼 문화예산이 가파르게 오른 일은 매우 드물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예술계가 위축되었던 데다 물가상승과 연동하여 제작비가 급증한 현실을 잘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이제껏 30% 정도에 불과하던 문화예술지원사업의 선정률도 덩달아 크게 오를 전망이다. 더 많은 예술가와 예술단체들이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고무적인 일이다. 관객들도 좋은 공연을 두루 접할 수 있으므로 기대가 적지 않다.

지난해 부산 문화예술지원사업의 성과는 대체로 우수한 편이었다. 객관식 지표에서 우수 이상의 응답이 86%를 차지했으나, 주관식 지표 결과는 사뭇 달랐다. 애초 제안한 사업 내용과 다르다거나 연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으며, 캐스팅이나 프로그램 구성이 부적절하고 기술과 장치 활용에도 서툴렀다는 견해가 많았다. 무엇보다도 관객과의 소통이 부족하며, 상당한 입지를 다진 단체들이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진단은 뼈아프게 되새길 만하다. ‘초등학교 학예회’나 ‘과제발표’와 다를 바 없다는 평가는 가히 치명적이다. 한결같이 매우 우수하다는 주례사비평도 해롭기는 매한가지다. 우리시대에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이제껏 제도와 기관에 가하던 비판의 목소리를 스스로에게 돌리는 성찰의 시간이 다시 도래했다.

과거에는 문화예술의 후원 주체가 왕과 귀족이었다면, 오늘날 국가와 지자체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재원은 세금이다. 예술을 지원하는 목적이 더 이상 통치자의 권력 과시나 정치적 선동에 있지 않으며, 다양한 예술이 저마다의 빛깔로 활짝 꽃피게 함으로써 시민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도록 만드는 데 있다는 뜻이다. 기관의 노력이나 예산 증액만으로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란 어렵다. 지역의 문화수준을 드높이고 바람직한 문화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예술계 전반의 과감한 변화와 혁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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