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진의 '집피지기'] 용기보다 등기부등본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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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부동산팀장

워낙 세상이 흉흉해 전세 계약을 하는데 ‘용기’가 필요한 시기다. 전세 사기 수법이 워낙 다양하고 누구를 믿어야 할지도 모르기에 전세 계약은 쉽지가 않다.

“보증금 떼일 염려는 없겠죠?”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집주인이나 공인중개사는 “요즘 집에 이 정도 대출은 다 있어. 괜찮아”라는 말만 되돌아올 뿐이다. 이 말만 믿고 계약을 덜컥할 경우 집도 잃고 안 먹고 안 입어 애지중지 모은 보증금도 잃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 순간 필요한 것은 용기보다 ‘등기부등본’이다. 등기부등본은 집을 담보로 돈을 얼마나 빌렸는지, 집주인이 계약인이 맞는지 등을 알 수 있는 서류다. 쉽게 말해 집의 신분증인 셈이다.

등기부등본는 표제구, 갑구, 을구로 구성된다. 표제구에는 집의 기본 정보인 층수, 면적 등이 기록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갑구와 을구다. 갑구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집의 소유주가 맞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갑구를 잘 확인하면 ‘사기꾼’에게 계약금을 보내는 일을 막아준다. 행여나 대리인이 온다면 위임장, 매도인과 대리인 신분증을 확인해야 한다.

을구는 갑구보다 난도가 좀 더 있다. 특히 숫자만 보면 어지러운 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이를 확인하지 않으면 큰돈을 잃게 되니 잘 살펴봐야 한다. 을구에는 집을 담보로 빚을 얼마나 빌렸는지를 알 수 있는 정보가 있다. 집을 담보로 한 대출이 많으면 사고가 났을 경우 보증금을 받지 못할 확률은 높아진다. 특히 가압류, 가등기, 가처분 등이 있다면 웬만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언제 경매에 넘어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빚이 없는 집이 가장 좋다. 하지만 그런 집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럼 ‘안정권’이라도 들어가야 한다. 보통 대출금과 전세금을 합했을 때 주택 매매가의 70%수준이면 안정권으로 본다. 70%를 안정권으로 보는 이유는 만약 집주인이 어떠한 이유로 빚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갔을 경우 보통 80%수준에서 낙찰되기 때문이다.

또 계약 전뿐만 아니라 계약 후에도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변경사항이 없는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 등기부등본은 인터넷등기소에 주소를 넣고 열람하는 데 700원, 발급하는 데 1000원이면 충분하다. 용기를 조금 덜 내는 값치고는 싸다. 물론 세금 체납, 악성 임대인 경력 등은 알 수 없고 중간에 집주인이 바뀌는 것 등도 등기부등본으로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부동산원은 임차인이 전세계약을 맺을 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안심전세 앱'을 출시해 이러한 점을 일부 보완하고 있으니 등기부등본에 안심전세 앱이라면 전세 계약에서 필요한 용기는 줄어들 듯하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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