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기’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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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홍선 부산시 홍보기획팀장

1970년대 미국 사회를 흔들었던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로 더 알려진 주인공 '조나단'은 생존이 아닌 자아를 실현하는 갈매기다.

2023년, 지금의 부산은 그 시절 미국과 많이 닮아 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적 여건 속에 부산 청년의 꿈과 희망은 더 많은 미래의 기회를 필요로 한다. 지역 청년의 80%가 ‘부산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갖고 고향에 남아 열심히 살면서 ‘갓생’하는 이 시대 부산 청년들에게 위안과 희망이 필요한 시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위안과 희망을 전할 수 있을까? 부산시가 찾은 해법은 ‘소통’이었고 그 결실이 2021년 탄생한 소통 캐릭터 ‘부기(boogi)’다. 부산갈매기의 처음과 끝 글자를 따서 이름 지은 ‘부기’는 2m의 큰 키와 백자 항아리를 연상케 하는 유려한 자태,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보는 사람마다 호기심과 유쾌함을 선사하고, 특히 부산을 상징하는 스마트 안경과 동백꽃 커스텀 슈즈, 시원하게 터지는 부산 사투리와 프로 참견러의 성격은 영락 없이 부산사람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부기는 상품으로 치면 명품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21년 우리동네 캐릭터 대상’ 전문가 심사에서 최초로 디자인상 등 5개 분야를 모두 휩쓸었다.

치솟는 인기만큼이나 부기는 바쁘다. 시민 소통 행사에는 빠짐 없이 등장하고 동백전 등의 홍보 모델로도 활동한다. 특히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마스코트로 국제박람회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까지 활동 반경을 넓혔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아니 이제 겨우 시작 단계다. 부기는 부산의 미래와 기회가 되어야 한다.

캐릭터 산업의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지난해 대구MBC 빅벙커 방송을 보면 전국 지자체에 338개의 캐릭터가 있지만 성공한 사례는 매우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사례 중에는 2010년 탄생한 일본 구마모토현의 ‘구마몬’이 2011년 말 캐릭터 상품 판매 회사가 400여 곳에 이를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경제적 가치는 2022년 기준 한화(韓貨)로 약 78억 원을 쓴 반면, 수익 창출은 2021년 약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등 이 지역을 대표하는 하나의 큰 산업으로 성장했다.

부기의 꿈은 유일하면서도 명쾌하다. 부산을 대표하는 캐릭터 상품이 되겠다는 것! 부기 역시 시작부터 지역 소상공인에게 저작권을 무료 개방했고 현재 30여 곳에서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아쉽게도 아직 대표 상품이나 히트작이 없는 현실이지만, 부기가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 인기 캐릭터 ‘펭수’를 넘어 ‘구마몬’의 길을 갈지, 아니면 흔한 반짝 캐릭터의 사례가 될지 운명의 갈림길은 이제부터다. 그리고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부기를 향한 시민들의 ‘무한한 팬덤’이다. 아울러 부기의 개성을 더욱 돋보이게 할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완성하고 인지도를 수직 상승시킬 수 있는 특색있는 홍보 이벤트를 펼쳐야 한다.

멀지 않은 부산의 미래에 활약할 부기를 상상한다. 햇살 좋은 가을에 부산역과 국제시장에서 부기 상품을 구매하는 관광객이 줄지어 서 있고, 벡스코에서는 지스타(G-STAR)의 새로운 게임 히어로가 되어 유난히 용감스럽다. 늦은 밤 센텀시티 스마트밸리에서는 지역 청년이 근무하는 수많은 벤처기업이 부기 관련 콘텐츠와 제품 아이디어로 고민을 하고, 부기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진다. 마침내 갈매기의 꿈을 이룬 ‘조나단’처럼, 꿈을 이룬 부기는 부산 청년들의 희망으로 우뚝 선다. 부기의 열성 팬 중 한 사람으로서 그날을 손꼽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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