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 곳간에서 인심 났네… 더 활짝 열린 ‘진구네 곳간’
마트 같은 양정동행정복지센터
1인 가구 3만 원어치까진 무료
올핸 위기 가구 찾아 나눔 확대
9일 오전 10시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진구네 곳간’. 여느 마트와 비슷한 진열대에는 즉석밥, 통조림부터 치약, 비누와 같은 생필품이 가지런히 나열돼 있다. 몸이 좋지 않아 정부 지원금으로 겨우 생활하는 김 모(71·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씨는 “한 달 생활비가 떨어져 즉석밥이랑 통조림 등 곳간 물품을 받기 위해 찾았다”며 “부산진구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이 많이 거주하는데 이런 지원은 반갑다”고 말했다.
3년 차를 맞은 ‘진구네 곳간’의 문이 생활고를 겪는 주민들을 위해 더 활짝 열린다. 올해는 위기 가구를 직접 방문해 곳간 물품 나눔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자체가 직접 시도하는 실험적인 복지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진구네 곳간은 생계가 어려운 부산진구 주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 4월 양정동 푸드마켓 등 3곳에서 처음 시작된 복지서비스가 현재는 18곳까지 늘어났다. 생계난을 겪는 주민은 상담사와 대화한 뒤 최대 2회 곳간을 이용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상담사와 대화한 뒤 복잡한 절차 없이 신청서를 적고 식료품과 생필품을 지정된 금액 한도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올해는 생활고를 겪는 이들을 위해 예년보다 곳간 문을 더 활짝 열기로 했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인해 당장 생계가 어려운 이들이 늘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서다. 1만 원 상당의 물품을 가져갈 수 있었던 1~2인 가구는 3만 원으로, 3인 이상 가구는 2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다만 제도가 정착한 올해부터는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중위소득 100% 이하인 구민이 곳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했다. 소득 등의 조회 자료가 없다면 담당자와 상담을 한 후 지원받을 수 있다.
‘신청주의 복지’의 한계를 넘으려는 시도도 꾀한다. 주민의 방문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발로 뛰어 직접 방문을 통해 한계를 줄일 생각이다. 곳간 물품으로 구성한 5만 원 상당의 선물 ‘꾸러미’를 만들어 여름과 겨울에 주기적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은둔한 주민을 찾아내 방문할 계획이다.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 서비스를 설명하고 제도 내로 편입시켜 복지 사각지대를 더 촘촘히 메운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단순 나눔을 하는 ‘반짝 사업’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른 복지 정책과의 차별점이다. 지자체가 복지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에게 물품을 전달하는 것에서 나아가 공적 제도로 편입시키는 ‘고리’ 역할을 한다. 실제로 지난해 말까지 진구네 곳간 이용자는 6742명이었는데 이 중 복지 사각지대에서 발굴한 사례는 1109세대나 된다.
해를 거듭할수록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지자체의 성공적인 복지 모델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지자체의 복지사업은 예산 부족과 홍보 실패 등의 이유로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졌다. 진구네 곳간은 민간 후원으로 운영돼 지역사회의 관심을 끌 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예산 부담도 적어 일석이조다.
부산진구청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지원 한도 금액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며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시행할 것이다. 수급자와 비수급자 사이에 있는 이들을 발굴해서 조금씩 사각지대를 메울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나웅기 기자 wonggy@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