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당뇨병 약이 노화방지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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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해운대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동남권항노화의학회 사무총장

당뇨병 환자들의 대부분이 복용하고 있는 약제는 메트포르민이다. 1920년대에 자주색 꽃잎을 가진 ‘프랑스 라일락’에서 추출돼 당뇨병 약제로 시판됐다. 한동안은 젖산혈증의 부작용 때문에 사용되지 않다가 미국에서 1995년도에 소개된 이후 최근에는 가장 먼저 사용되는 당뇨병 약제이다.

메트포르민은 ‘AMPK(AMP-activated kinase)’라는 효소를 활성화시킨다. AMPK는 우리 몸에서 음식이 부족할 때 증가된다. 항노화의 방법 중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소식, 즉 적게 먹는 것이다. 메트포르민은 AMPK를 증가시킴으로써 실제 우리가 적게 먹지 않아도 우리 몸이 소식을 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것이다.

AMPK가 활성화되면 우리 몸은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라고 인식해 세포 성장은 접어두고 노폐물을 제거하며 세포를 재건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노화는 세포 노폐물 제거가 안 되고 축적되어 조직의 손상이 오는 과정이기 때문에 세포를 유지 보수하는 것이 항노화에서는 중요하다. AMPK의 활성화는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증가시켜 항노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메트포르민을 투여했을 때 초파리와 쥐에서 수명이 늘어나는 것이 관찰됐다.

당뇨병 환자들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보다 수명이 짧아지는데, 일본의 한 연구에서는 당뇨병을 가진 남성은 8.2세, 여성은 11.2세 수명이 더 짧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메트포르민을 장기간 복용한 당뇨병 환자들의 수명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과 비슷하거나 훨씬 적게 차이가 났다는 외국의 보고가 있다.

당뇨병에서는 각종 암의 발생이 2배 이상 증가된다. 그러나 메트포르민을 복용하는 환자에서는 암의 발생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대장암, 간세포암, 폐암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효과는 메트포르민이 암 발생과 관련 있는 인슐린/성장인자를 감소시키고, 암 예방인자인 p53을 활성화시키며, 몸무게를 감소시키고 염증을 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버드의대에서는 68세에서 81세의 메트포르민 복용자 4만 명 이상을 조사해 치매 4%, 심혈관질환 19%, 암 4%, 우울증 16%가 줄어든다고 발표했다. 연구를 담당했던 교수는 〈노화의 종말〉이라는 책을 발간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러면, 당장 메트포르민을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에 대한 답을 위해 미국에서 ‘TAME’ 이라는 대규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3000여 명의 건강한 사람에게 메트포르민을 투여해 치매, 심혈관질환, 노령 관련 질환들의 발생과 노화의 정도를 조사하고자 하는 것이다. 결과가 나오면 우리는 좀 더 확실한 해답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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