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호 광주 참전 경찰유공자회장

17세 때 전남경찰국 순경 임용
“참전 경찰, 보훈처 단체 인정을”

“내 앞에서 북한군의 총탄에 쓰러져 간 전우들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현상호(90·사진) 대한민국 6·25참전 경찰국가유공자회 광주시 회장은 70여 년 전 호남지역을 지키기 위해 생사를 같이한 전우들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현 회장의 경찰공무원 인사기록카드에는 ‘1951년 4월 20일 순경 임명’이라고 기록돼 있다.

1934년생인 현 회장은 17세 어린 나이에 전남경찰국 소속 경찰이 됐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 전남지역의 많은 경찰이 전투경찰로 활약하다 희생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 회장은 해양소년단 경험으로 경찰에 입문하게 됐다.

수많은 전투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지만, 현 회장은 어린 나이의 호기에 무서운 게 없었다고 회상했다.

전남 전투경찰이었던 현상호(원 안) 씨가 1951년 화순군 동복면에서 빨치산 퇴치 작전을 수행하다가 동료들과 함께 찍은 사진. 현상호 씨 제공

현 회장은 “돌이켜 보면 적군의 총탄에 쓰러져 간 사람이 전우가 아니라 나였을 수 있었을 텐데 그땐 아무것도 몰랐다”며 “당시에는 보급이 없고 주먹밥 한 개에 의지해 전남과 전북을 두 발로 걸어 다니며 북한군과 전쟁을 벌였다”고 말했다.

1951년 경찰이 된 후 정전이 될 때까지 호남의 모든 전투현장에 참가한 현 회장은 1951년 8월 전북 순창군 가마골 전투에 투입돼 밤을 새며 고지를 지키다 얼굴을 스치는 총탄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는 6·25 당시 전투경찰로 고생한 이들이 제대로 된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현 회장은 “경찰참전용사들은 보훈처 단체로 인정받지 못해 제대로 예우받지 못한 채 이제는 하나둘 세상을 등지고 있다”면서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경찰들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참전 경찰 단체를 보훈처에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병호 광주일보 기자

박세익 기자 r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