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해서 지원해줄 수 없다?"…지원 제한에 두 번 우는 수산가공업체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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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가공설비 지원사업'에 업체 밀집한 서구 제외
선진화단지 임대공장, 이중수혜·사후 관리 문제 이유
구 재정난도 이유…업체 "자부담 늘려서라도 지원을"


부산 서구 수산가공선진화단지 입주업체들이 임대공장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정부 설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어려움을 호소한다. 수산가공선진화 단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서구 수산가공선진화단지 입주업체들이 임대공장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정부 설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어려움을 호소한다. 수산가공선진화 단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서구 수산가공선진화단지 입주 업체들이 임대공장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정부의 가공설비 지원 사업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이 절실한 영세 업체들은 "영세 기업이 영세해서 지원을 못 받는 셈"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14일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해양수산부 '가공설비 지원사업' 보조금 지급 대상 구·군에 사하구, 기장군, 강서구가 선정됐다. 하지만 사하구 다음으로 수산 관련 업체가 많은 서구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의 수산물 가공·수출업체는 총 400곳이다. 이 중 사하구가 163곳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많은 곳은 95개 업체가 있는 서구다.

해당 사업은 국비(30%)·시비(10%)·지자체(20%)·자부담(40%)을 매칭해 수산물 가공·수출업체에 가공·포장설비 등을 지원한다. 부산시가 해수부로부터 사업비를 배정받아 지역별 업체들의 지원 수요와 구비 확보 여부 등을 평가해 보조금을 받을 구·군을 선정하면, 각 구·군이 교부받은 보조금을 관내 업체에 지급한다. 올해 부산에는 20억 원 예산이 책정됐다.

서구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서구 암남동 수산가공선진화단지(이하 선진화단지) 입주 업체들이 임대공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다. 선진화단지는 수산가공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4년 개장했다. 서구 내 수산물 가공·수출업체의 절반 이상인 56개 업체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이곳에서 공장을 이용한다.

해수부는 선진화단지 입주 업체들은 이미 임대료 지원을 받고 있고, 보조금 사후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를 든다. 해수부 수산가공진흥과 관계자는 "이미 업체들은 공장 임대료에 대한 혜택을 받고 있어 가공설비 지원까지 받으면 이중수혜가 된다"며 "또한 국비지원 사업의 경우 10년 정도 설비 매매제한 등 사후관리가 필요한데 임대공장의 경우 주인이 자주 바뀔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관리도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서구는 열악한 재정 상황으로 매칭 사업을 위한 구비 확보도 어렵다. 이 때문에 서구는 2021년 이 사업이 시작된 이후로 줄곧 지원을 받지 못했다. 서구청 경제녹지과 관계자는 "우리 구의 재정 상황이 좋지 못하다보니 해당 사업이 후순위로 밀려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선진화단지 입주 업체들은 임대공장을 이용한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구비 부담금을 자부담으로 전환하더라도 지원을 받게 해달라는 요구까지 나온다.

한 입주 업체 관계자는 "지자체 사정이 어렵다면 우리가 그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국비를 지원받고 싶은 마음이다"라며 "안 그래도 수산가공품의 수요가 고차가공을 거친 식품들로 몰리는데, 어려운 상황에서 자부담으로 설비를 들여오는 건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지원을 통해 가공설비를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가지고 나갈 수도 있고, 이후 입주 업체에게 양도를 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식으로 보조금 사후 관리를 할 수 있을 텐데 지원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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