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수능 2년 차, 이과생 ‘문과 침공’ 여전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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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정시 인문사회 16% 차지
부경대·동아대도 교차 지원 증가
대학 간판 선호 현상 더 두드러져

2023학년 정시모집에서도 이과생들의 인문계 교차지원이 늘고 있다. 수험생들의 성적표 확인 모습. 부산일보DB 2023학년 정시모집에서도 이과생들의 인문계 교차지원이 늘고 있다. 수험생들의 성적표 확인 모습. 부산일보DB

통합 수능 2년 차 대학 정시전형에서 이과생들이 인문계로 교차지원하는 속칭 ‘문과 침공’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통합 수능 첫 해 눈에 띄는 현상이었던 문과 침공이 고착화되면서 대학 서열화를 교차 지원이 의도치 않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부산대에 따르면 2023학년 정시모집에서 인문사회계열 학과에 최초 합격한 이과생(과학탐구 선택 학생)은 전체 합격자 519명 중 82명(15.7%)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3.8%에서 15.7%로 증가한 수치다. 통합 수능 이전 마지막 해인 2021학년도 2.6%에서 통합 수능 2년 만에 5배 넘는 학생들이 교차 지원으로 대학 합격증을 거머쥔 셈이다. 통상 수학 ‘미적/기하’와 탐구영역 ‘과탐’을 선택하면 이과, 수학 ‘확률/통계’와 탐구영역 ‘사탐’을 선택하면 문과로 분류된다.


학부별로 살펴보면 경영대의 경우 100명 모집에 24명(24%)의 합격생이 과탐 선택 수험생이었다. 경제통상대학의 경우도 88명 모집에 18명의 합격생이 과탐을 선택했다. 통상 인문계 학생이 대부분이던 인문대학의 경우도 과탐 선택자가 131명 중 13명으로 10%대에 육박했다.

지역 상위권 대학인 부경대와 동아대에서도 교차 지원은 지난해보다 조금씩 증가했다. 부경대의 경우 인문사회계 합격자 192명 중 11명이 이과생으로 지난해 4.5%에서 5.7%로 소폭 증가했다. 동아대는 192명 중 12명이 이과생으로 6%를 기록했다. 통합 수능 이전 1~2%대로 미미하던 교차 지원이 확연하게 늘어난 것이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이같은 교차지원은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서울대의 경우 2023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문·이과 모두 지원할 수 있는 인문·사회·예체능계열 학과(학부) 30곳에 최초 합격한 640명 가운데 330명(51.6%)이 이과생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4.4%에 견줘 1년 만에 7.2%포인트 늘어났다. 30곳 가운데 이과생이 더 많이 합격한 학과는 14개로 지난해(7개)에 견줘 2배가 늘었다. 중앙대의 경우 57%가 인문사회계열 합격 이과생이었고 인하대도 처음으로 50%대를 넘었다.

입시 전문가들은 융합인재를 키우자는 통합 수능 본래 취지와는 달리 학생들의 ‘대학 간판’ 선호 현상이 통합 수능으로 극명히 드러났다고 분석한다. 같은 점수라면 교차지원할 경우 더 상위권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자 상당수 이과생이 이를 기회로 활용했다. 입시업계는 서울 중위권 대학 자연계 지망에서 상위권 대학 인문계로, 지역 상위권 대학 자연계열 지망에서 수도권 중위권 대학 인문계로 교차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학생들의 선택으로 사실상의 대학 서열화가 표면화 된 것이다. 또한 지역 일부 지역 중하위권 대학에서는 이공계 학과에 하향 지원의 성격으로 인문계열 학생이 대거 몰리면서 미적분 못하는 공대생이 대거 양산되기도 한다.

부산의 한 입시전문가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보다는 대학 간판을 선택하는 문화가 통합 수능 2년만에 고착화되고 있는 듯하다”며 “지역 상위권 대학의 경우 문과 침공을 마냥 반기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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