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과급 잔치' 은행권, 국민 눈높이 고통분담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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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틈탄 이자 장사에 서민 고충 가중
사상 최대 수익으로 민생 지원 강화해야

15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고금리 덕분에 돈 잔치를 벌이는 금융업계에 요구한 고통분담 방안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고금리 덕분에 돈 잔치를 벌이는 금융업계에 요구한 고통분담 방안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민생 안정을 위해 시급한 대책의 하나로 금융업계에 고통분담을 요구했다. 이틀 전에도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고금리로 인해 국민의 고통이 크다”며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는 고금리와 고물가, 폭등한 에너지 비용에 시달리는 서민의 고통을 외면한 듯한 시중은행들의 행태에 대해 국민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은행권이 고금리 시기에 이자 장사로 가만히 앉아 손쉽게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임직원 성과급·퇴직금 지급 잔치를 벌이는 데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성과급 총액은 무려 1조 3823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36%나 급증했다. 모 은행 임원의 성과급은 16억 원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다.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퇴직한 직원 2200여 명에게 1인당 평균 6억~7억 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10억 원 이상을 챙긴 퇴직자들도 있다고 한다. 고금리 여파로 서민층 가계는 크게 불어난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이를 견디지 못해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하는 냉혹한 현실과 딴판인 세상이다. 금융권이 국민의 고혈을 짜낸 돈으로 제 배만 채운다는 비난까지 나오는 이유다.

은행권은 가파른 금리 상승에 힘입어 수년간 사상 최대 규모의 호실적을 냈지만, 사회 공헌에도 인색한 실정이다. 19개 은행의 2021년 당기 순이익 대비 사회 공헌금 비율은 -1.26~13.59%에 그쳤다. 사회 공헌액은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5대 시중은행의 경우도 사회 공헌금이 이익의 5∼6%에 불과한 수준이다. 게다가 은행권은 최근 노조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방역을 위해 단축한 영업시간을 정상화하는 데 반대해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치며 공분을 샀다. 이러다 자칫 은행권에 ‘공공의 적’이란 이미지가 생기지는 않을까 싶다.

은행은 정부 인허가를 받아 사실상 과점 형태로 유지되는 금융기관이다. 경영 위기 때는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엄청난 공적자금의 수혈 덕분에 어려움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회의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고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은행권은 이윤의 사회 환원 등 공익적 역할을 강화하는 게 마땅하다. 특히 지금은 서민,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고충 해소에 힘쓰는 상생 금융이 절실하다.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보는 생색내기가 아니라, 이자 경감 등 국민 눈높이에 맞춘 진정성 있는 고통분담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느슨하게 대응한 금융당국에도 책임감이 요구된다. 늦은 감이 있으나 관치금융이 우려되지 않는 선에서 국민에게 실효적인 금융 지원대책 마련에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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