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이익 포기 4895억 vs 이익 환수 5503억
검찰, 포기액 1차 산정 때보다 대폭 늘려
이 대표, 기반시설 조성 환수액에 산입
부당이득 발생 여부 놓고 법적 공방 예고
성남FC 제3자 뇌물죄도 시각 차이 첨예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대장동 특혜 의혹’ 수사가 정점에 이르렀다. 검찰은 이 대표가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줘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에 4895억 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결론 내렸다. 또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고려해 네이버 등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성남FC에 후원금 133억 원을 내도록 한 것으로 봤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2014년부터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 측근인 정진상·김용·유동규 등과 유착해 내부 비밀정보를 빼돌려 개발사업에서 막대한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본다.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제1공단 공원화’라는 공약 달성을 위해 민간업자들의 요구대로 용적률 상향, 서판교 터널 개통, 임대주택 비율 축소 등의 특혜를 몰아줬다는 것이다.
그 결과 공사는 사업수익 중 1830억 원의 확정이익만 배당받고, 지분 7%에 불과한 민간업자들이 7886억 원을 가져갔다고 본다. 검찰은 성남시가 의도적으로 포기한 이익 규모를 4895억 원으로 산정했다. 공사가 받을 수 있었던 적정 배당 이익 6725억 원(전체 개발 이익의 70%)에서 공사가 실제로 받은 확정이익 1830억 원을 뺀 액수다. 민간업자들의 부당 이익에 아파트 분양 수익과 위탁 수수료 등을 추가하면서 이 대표에게 적용된 배임액은 2021년 1차 수사팀이 산정한 액수인 ‘651억 원+알파(α)’보다 대폭 늘어났다.
이 대표는 성남시민 몫으로 환수한 금액이 5503억 원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성남시의 기존 개발이익 외에도 제1공단 공원화 비용, 서판교 터널 개통 등 기반시설 조성 비용 등을 모두 성남시의 환수액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에 특가법상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다. 성남FC 구단주였던 이 대표가 성남시 소유 구미동 땅을 파는 대가로 네이버에 운영자금 50억 원을 내라고 요구했고 부지 매각, 각종 인허가 등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서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푸른위례 등 4개 사에서 133억 5000만 원의 후원금을 유치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성남시는 2013년 12월 성남FC 전신인 성남일화를 인수한 뒤 운영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 대표가 축구단 운영과 관련한 정치적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기업들을 접촉한 것으로 봤다.
다만 김만배 씨가 소유한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의 절반인 428억 원의 뇌물을 약속받았다는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는 이번 구속영장에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은 민간 업자들에 대한 특혜 제공을 대가로 이 대표의 측근들이 김 씨의 천화동인1호 일부 지분(428억 원)을 약속받고, 이 지분이 실제 이 대표 몫이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 사건을 지방권력과 부동산개발업자가 유착해 본래 지역주민과 자치단체에 돌아가야 할 천문학적 개발이익을 부동산개발업자와 브로커들이 나눠가진 지역토착비리로 규정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대장동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이던 이 대표를 구속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를 겨냥한 다른 수사도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성남지청 등 3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포함하지 않은 대장동 관련 다른 의혹들도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대표적인 의혹이 ‘옹벽 아파트’로 논란이 된 백현동 개발 비리다. 부동산 개발업자가 이 대표의 측근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영입해 성남시로부터 4단계(자연녹지지역→준주거지역)를 뛰는 이례적 용도 변경을 허가받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어 3000억 원 넘는 이익을 챙겼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수원지검의 ‘쌍방울 대북 송금·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2019년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800만 달러를 송금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이달 3일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을 위해 북한에 거액의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그 대가로 경기도에서 대북사업 관련 각종 편의나 지원을 약속받은 것으로 의심한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정자동 호텔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 의혹은 2015년 베지츠종합개발이 정자동 시유지에 관광호텔을 지으면서 성남시로부터 용도변경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황 모 씨는 정진상 씨의 측근으로, 차병원의 성남FC 후원금 납부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