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피해아동, 어리다고 심리치료 못 받았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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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 어린이집 학대 사건 관련
부산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심리치료는 만 5세 이상 제공"
피해 아동, 정부 지원 못 받아
부모 "구청이 넉 달간 방치한 셈"

부산 동래구청 전경 부산 동래구청 전경

속보=부산 동래구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담당 아동 4명을 학대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부산일보 2월 16일 자 10면 보도)에 나선 가운데 피해 아동은 신고 이후 4개월이 지났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심리적 치료 등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 4세 미만 아동의 경우 기관별로 치료 가능 여부에 차이가 있어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부산 동래구청 등에 따르면 동래구는 지난해 10월 동래구 관내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피해 신고 이후 아동의 심리치료 등을 위해 피해 아동 학부모에 부산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을 소개했다. 지자체가 피해 아동의 보호와 치료 등에 대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 아동복지법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해당 부산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은 피해 아동 학부모에 “심리치료는 만 5세 이상, 언어치료의 경우에도 만 3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만 1세인 아동에게 해당하는 프로그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피해 아동 학부모는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는 아이를 위해 어린이집을 퇴소하고 약 4개월간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만 5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심리치료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동학대 피해 아동의 경우 심리치료에 연령제한을 따로 두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부산시 아동보호종합센터 관계자는 “만 3세 미만 아동들의 경우 정서적 부분이 덜 발달해 만 5세 이상 등 심리치료 신청 기준을 마련해놓고 있다”면서도 “각 보호전문기관의 환경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아동 학부모는 사건이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나도록 동래구청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이가 연령이 낮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이에 대해 여러 차례 항의한 이후에야 뒤늦게 언어치료를 추진해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피해 아동 학부모는 “보호와 치료 지원의 의무가 있는 동래구청은 지난 4개월간 아무런 지원 없이 사실상 방치하다가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한 이후에야 언어치료를 지원해주겠다고 입장을 바꿨다”면서 “아동학대 예방에 앞장선다고 홍보하던 동래구청의 무관심한 태도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또 해당 학부모는 “구청 측의 징계를 피해 면피성 사직을 한 교사들처럼 해당 어린이집 원장도 면피성 사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동래구청이 원장에 대한 해고 조치 등 행정처분을 빠르게 내려 어린이집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측은 심리 치료의 기준 연령을 설명한 것일 뿐 피해 아동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저연령 아동의 경우 심리치료보다 관찰 등의 방식으로 사례 관리가 이뤄지고, 지난해 학부모 측에 아이의 상태를 확인해보자는 요청을 드렸지만 답변이 없었다”면서 “최근 부산시 아동보호종합센터에 사례 관리 의뢰를 완료해 곧 관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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