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모두 “이런 행사는 처음이라”… 어색한 대학가 새내기맞이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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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열린 대면 신입생맞이
행사 준비 선배도 우왕좌왕 일쑤
음주 대신 뮤지컬·MBTI 맞추기
MZ 취향에 맞춘 콘텐츠로 채워
코로나 탓 오프라인 행사 낯설어
참여율 코로나 이전의 절반 수준

20일 부산 부경대학교 대학극장에서 열린 경영대학 새내기 문화제에서 춤 동아리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20일 부산 부경대학교 대학극장에서 열린 경영대학 새내기 문화제에서 춤 동아리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이렇게 동기들과 선배들이 한데 모여 웃고 있으니, 진짜 대학생이 됐다는 게 실감이 나요”

20일 오전 11시께 부산 남구 부경대학교 대학극장 무대에서 뮤지컬 배우들이 열띤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관람석에선 150명 가까운 학생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뮤지컬 공연은 부경대 경영학부 ‘새내기 문화제’를 맞아 학생회가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공연이 끝나고 선배들은 커피를 들고 1학년 신입생들을 찾아가 보드게임을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예전 같았으면 술잔이 오갔을 새내기 맞이 행사가 이제는 뮤지컬, 보드게임, 커피 등으로 채워진 것이다. 새내기 최호준(19) 씨는 “뮤지컬을 실제로 볼 기회가 없었는데 대학에 와서 좋은 경험을 하는 것 같다”며 “학기 중 다른 오프라인 행사도 기대가 된다”고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코로나19 탓에 4년 만에 열리는 대면 새터(새내기 배움터) 행사로 부산지역 대학가에도 모처럼 웃음꽃이 피고 있다. 예년에 비해 MZ세대의 취향에 맞춰 술보다 흥미롭고 유익한 콘텐츠가 많아졌다. 또 한편으로는 코로나19로 선배나 신입생 모두 오프라인 모임 경험이 부족해 서로 어색해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4년 만에 대면 새터…선배도 처음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새터에서 ‘부어라 마셔라’ 하며 술을 강요하는 문화는 옛이야기가 돼 버렸다. 커피나 쿠키 등이 술을 대체했다. 직장 상사처럼 선배가 신입생에게 일장 연설을 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 각 대학 학생회가 준비한 프로그램은 MBTI(성격유형) 맞추기, 이미지 연상 게임 등 신입생들이 친근하게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정작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선배들도 이런 오프라인 행사가 낯설어 쉽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신들도 대학 입학 후 코로나19로 대면 행사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성대 유아교육과 학회장 임희진(21) 씨는 “대학에 입학하고 한 번도 학교 행사를 한 적이 없다 보니,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초반에 우왕좌왕했다”며 “인터넷이나 커뮤니티를 통해서 코로나19 이전의 새터가 어땠는지 알아보고 신입생과 재학생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행사를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개인주의 탓?

위드 코로나 이후 처음 열리는 신입생 환영회라서 신입생과 재학생들의 호응이 상당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캠퍼스는 여전히 조용하다. 사회 전반적으로 단체 행동이나 모임 비중이 줄어드는 분위기에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이 온라인 모임과 소규모 소통에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신입생 대다수는 고등학생 시절 수학여행을 경험해 보지도 않았고, 수업도 온라인으로 받았다. 이 때문에 대학의 새터 행사 같은 단체 문화를 부담스러워하고, 결국 신입생을 환영하는 여러 행사의 참여율이 저조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경대 나노융합공학과 학회장 우철호(23) 씨는 “2019년도에는 신입생부터 재학생까지 전부 새터를 가는 분위기였는데 올해는 참석률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절반 정도”라며 “비대면이 익숙한 세대라 이런 자리를 어색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코로나 이전의 캠퍼스 생활로

각 대학 학생회는 코로나19 이전으로 캠퍼스 분위기를 되돌리기 위해 고민 중이다. 신입생이 거부감 없이 학생회나 학교의 단체 프로그램을 즐겨, 얼마나 빨리 대학에 소속감을 느끼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의 경우 새내기들이 불편할 만한 음주 강요나 구태의연한 문화를 없애기 위해 학회장을 대상으로 ‘안전·문화’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학생회 행사에서 권위적인 요소를 걷어내고 유익한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신입생 참여율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부산대학교 김요섭(21) 총학생회장은 “코로나19로 멈췄던 4년은 새로운 대학 문화를 준비하기 위한 4년이라 생각한다”며 “바뀐 시대 흐름에 기민하게 반응해 신입생과 재학생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다시 활기찬 대학 캠퍼스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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