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공중부양사/김요아킴(1969~ )
토요일, 제법 푹신한 침대는
지난 주 노동의 보상으로
달콤하다 못해 살짝 볼륨을 높인
브라운관의 환청 속으로
무언가 검은 물체가
아파트 베란다의 창문으로
한 가정의 웃음이 모두 추락한
아침햇살에 찡그린 망막으로
바람에 실려 흔들리는 생의 밧줄
절대 끊겨서는 안 될 마음으로
소스라치듯, 자는 아이들을 챙겨보며
공중에서 부양하는 그 몸짓으로
오늘 하루를 기어이 살아내야 할
- 시집 〈공중부양사〉(2020) 중에서
주말을 맞은 가장은 한 주 동안의 보상으로 푹신한 침대를 가진다. TV를 틀고 모처럼 휴식을 취하려는데 ‘검은 물체가’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추락하는 것 같다. 가장의 불안은 여기서 그치질 않는다. ‘소스라치듯, 자는 아이들을 챙겨보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난방비와 전기료 폭탄을 맞은 요즈음에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시다. 불안은 불면으로 이어져 주말에도 편하지 않다는 게 많은 가장들의 일관된 하소연이다. 매달 청구되는 비용은 많고 월급은 동결되고 앉은 자리는 언제 치워질지 모른다. 가장들은 그래서, 어깨가 늘 무겁다. 공중부양보다 가족부양이 더 어렵다는 말이, 선술집에서 흘러나온다. 성윤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