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월례비’ 요구 타워크레인 기사 ‘면허 정지’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
관계법 개정 후 등록·면허 취소 방침
장비 동원 현장 점거 땐 업무방해 적용
상반기 믹서트럭 면허 총량 조절
불법행위 신고자에 포상 제도도 마련
고법 ‘월례비 =사실상 임금’ 판결 변수
정부가 내달부터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요구하는 기사에게 즉각 면허 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내친 김에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요구하는 기사에게 최대 면허 취소까지 가능토록 처벌 강도를 높일 방침이다. 건설현장의 오랜 관행인 월례비를 뿌리 뽑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21일 법무부·고용노동부·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함께 마련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노조 전임비 강요, 채용 강요, 월례비 수수 등에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해 처벌하겠다고 못박았다. 또 기계 장비로 현장을 점거하면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위법한 쟁의 행위 때에는 노동조합법을 각각 적용해 즉시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특히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부당금품으로 명시하고, 월례비를 받는 기사에게 면허 정지와 취소라는 고강도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면허 정지 권한은 국토부 장관에게 있으며, 최대 1년간 정지가 가능하다.
월례비는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급여 외에 별도로 지급하는 돈이다. 조종사는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와 고용 계약을 맺어 월급을 받고, 시공사로부터 월 500만∼1000만 원의 월례비를 관행적으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례비 지급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자재를 천천히 인양하거나 아예 인양을 거부해 공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사례가 허다해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기를 지키려면 월례비를 줄 수밖에 없다며 피해를 호소해 왔다.
실제로 국토부가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전체 건설현장 불법행위(2070건) 중 ‘타워크레인 월례비 지급’이 58.7%(1215건)를 차지했다. 타워크레인 기사 438명이 월례비 243억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기사 1명이 연간 최대 2억 1700만 원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월례비 수수 상위 20%는 연간 평균 9470만 원을 받았고, 전체 평균 수수액은 연간 5560만 원이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월례비 수수 건에 대해 계도 기간을 거쳐 3월 1일부터 즉시 (면허정지 처분을)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건설기계관리법’을 개정해 월례비 강요와 점거 행위 때 사업자 등록과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국 건설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은 4600대, 타워크레인 노조원은 4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타워크레인 기사 면허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만 2931명(일반 1만 448명·소형 1만 2483명)에게 발급돼 있지만, 사실상 노조원이어야만 현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원 장관은 “지금은 노조 가입비 4000만 원을 내야 타워크레인 조종석에 앉을 수 있는 상황이다. 월례비를 받은 기사들이 퇴출당하면 나머지 2만 2000명에게 일자리 기회를 공정하게 주는 것”이라며 “노조의 독점을 깨겠다”고 밝혔다.
레미콘 믹서트럭과 관련해서는 올해 상반기 중 건설기계 면허 수급조절위원회를 열어 총량을 조절하기로 했다. 노조의 장악력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다만, 최근 고등법원에선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관행적으로 지급돼 온 월례비는 사실상 임금 성격’이라는 판단이 나와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정부는 건설현장의 안전 규정도 현실에 맞게 바꾸기로 했다. 건설노조가 준법투쟁을 하거나 현장소장을 압박할 때만 현장 안전 수칙을 내세운다는 인식에서다. 건설현장의 외국인 불법 채용에 대한 제재는 완화한다. 원도급사와 감리자에게는 건설현장 불법행위 신고 의무를 부여한다.
또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최초 신고한 사람에게는 포상금을 주는 제도를 만들어 신고를 독려할 방침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