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초고속 한국, ‘집에서 삶 마무리’ 형태로 전환을 [황혼에 만난 마지막 가족 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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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 만난 마지막 가족 ⑤] 돌봄 개혁 절실

병원·시설 안 가고 거주지서 돌봄
해외에선 이미 현재진행형
일본, 중학교 학군 단위 노인 관리
유럽에선 ‘커뮤니티 케어’ 법제화
시설과 집의 중간 단계 주택 확대
한국, 세계서 유례없는 고령화 속도
탈시설, 공공 주도 돌봄 서둘러야

일본 후쿠오카현의 치매 노인 공공주택 ‘요리아리’에 입주민들이 모였다. 요리아리 홈페이지 일본 후쿠오카현의 치매 노인 공공주택 ‘요리아리’에 입주민들이 모였다. 요리아리 홈페이지
부산일보

대한민국은 202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의 경우 이미 2021년 전국 8대 특별시·광역시 중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발을 디뎠다.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 현상을 경험한 해외 국가들은 일찌감치 노인 돌봄에 주목했고, 지역사회통합돌봄 시스템이 자리 잡았다. 지역 단위에서 주거, 의료, 요양 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 살던 곳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하는 정책으로서 행복한 노년을 보내며 삶을 마무리하도록 사회가 배려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은 일본 등 외국보다 고령화가 늦지만 고령화 속도 면에서는 눈에 띄게 빠르다. 일본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기까지 12년, 덴마크는 42년, 스웨덴은 48년이 걸렸다. 반면 한국은 7년 만에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45년에는 예상 고령화율이 약 37%로 일본보다 고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급격한 고령화에 앞서 돌봄 체계를 서둘러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힘을 얻고 있다.


노인 주거시설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민나노카이고’ 사이트. 노인 주거시설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민나노카이고’ 사이트.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돌봄 시스템을 갖춰 나갔다. 2018년 일본의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는 27%를 차지했다. 빠른 고령화 속도에 맞춰 지역통합돌봄도 상당 수준 진행돼 있다. 1989년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 격인 개호보험의 확충을 추진해 2000년 시행했고, 이후 2006년 동별로 ‘지역포괄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중학교 학군 단위로 거주 노인을 상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노인은 이곳에서 요양과 의료 관련 정보를 얻고 상담도 할 수 있다. 병원에 가지 않고 살던 곳에서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가까운 곳에 돌봄 시스템들을 마련한 것이다.

개호보호법 제정 이후 10년여 만인 2014년에는 의료개호종합추진법이 제정됐다. 윤애정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돌봄연구센터장은 “10년여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복지 시스템을 갖췄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정부가 주도해 인프라 등을 조성하려고 법안을 내놓았다”며 “종합추진법 시행으로 인프라 확충, 지역 의료, 돌봄 시스템 활성화 등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유료 노인홈’이 발달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정부가 관리하는 ‘서비스형 고령자주택’을 만들었다. 살던 지역에서 노인들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주택을 대폭 늘린 것이다.

이를 위해 2011년 ‘고령자 거주 안정 확보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고령자 주택 건립을 위한 기준을 마련했다. 고령자 주택은 모두 노인맞춤형이다. 휠체어 이동을 위해 턱을 없앴고 손힘이 약한 노인을 위해 모든 문을 미닫이문으로 만들었다. 고령자 주택 관련 정보를 찾기도 쉬운 편이다. 일본 전역의 노인 주거시설 정보가 나와 있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지역별, 원하는 조건별로 주택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윤 센터장은 “일본 정부는 중증 고령 환자를 제외하고 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다. 그 대책으로 고령자 주택 건립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최근에는 이러한 고령자용 주택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고령화가 빨리 시작되면서 노인 돌봄에 일찍이 힘을 쏟았다. 스웨덴은 1992년 커뮤니티 케어로 복지 방향을 전환하는 아델개혁을 통해 시설 요양에서 거주지 중심 돌봄으로 돌봄 체계를 확대했다. 지원이 필요한 노인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면 지자체 단위에서 돌봄 계획을 작성해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2001년 사회서비스법 개정 등으로 커뮤니티 케어 안착을 위한 법·제도도 마련했다.

덴마크 또한 시설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2001년 제정된 ‘고령자주택법’으로 시설 요양 대신 고령자 주택 거주가 늘어났다. 고령자주택은 요양기관과 재가요양의 중간 단계다. 시설에 가기 전에 노인들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다.

김영종 경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커뮤니티 케어는 탈시설화에 대한 노인의 욕구, 비용 효율성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아직 노인 돌봄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한 한국에서는 노인복지 관련 서비스가 상업화되고 있어 돌봄 사각지대가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공공이 주도하는 커뮤니티 케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노인 복지 방향을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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