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 백스테이지] 호주 공연기획사가 직접 관장한 '피아노 쇼'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 25일 부산 공연
25일 오후 7시 30분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선 또 하나의 화제 공연이 진행됐다. 크로아티아 태생의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48)가 22일 서울에 이어 부산 공연을 한 것이다. 막심은 2004년 첫 내한 공연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전석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18년 서울 올림픽홀 공연에서 처음으로 전석 매진 신화는 깨졌지만, 5년 만에 갖는 내한 연주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의외로 서울 공연 소식이 뉴스로는 별로 다뤄지지 않았다. 그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건가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막심 공연을 추진한 단체가 호주에 기반을 둔 공연기획사였다. 대표는 대만 출신의 피아니스트 겸 프로듀서였고, 국내 스태프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국내 언론과는 소통이 쉽지 않았겠구나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호주) 기획사가 한국 공연까지 직접 관장하면 국내 공연기획사들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겠구나 싶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서울 공연은 매진이었고, 부산도 적지 않은 인원이 현장을 찾았다. 막심 인터뷰(2월 24일 자 부산닷컴 게재)에서도 언급됐지만 “한국엔 20년 이상 따르는 팬들이 있다”더니 과연 그랬다. 열성 팬들은 신문이나 방송 같은 ‘올드미디어’가 아니더라도 공연 소식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고, 공연기획사 역시 전통의 홍보 마케팅을 답습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듯했다.
공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이번 공연은 밴드 없이 막심 혼자서 진행했는데, 단순히 피아노 한 대로 이뤄지는 그런 무대가 아니었다. 최신 IT 기술과 영상 편집 기술, 화려한 조명이 더해져 피아노를 치는 막심의 손가락과 피아노 건반은 실시간으로 LED 화면에 송출됐다. 무대는 흡사 ‘피아노 쇼’ 같았다. 피아니스트 막심이 주인공인지, 막심의 손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과유불급의 현대 기술로 인해 흩어지는 시선과 감정선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크로아티안 랩소디, 엑소더스, 왕벌의 비행 등을 라이브로 들었던 건 좋았다. 기획사 대표가 10월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면서 기자에게 ‘반갑게’ 작별을 고했는데 생각은 복잡해졌다. 반갑다고 해야 할지, 씁쓸하다고 해야 할지.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