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논란, '검증 라인 문책'으로 확산되나
대통령실 "합법적 범위에서 인사 개선 방안 찾겠다"
야 "인사라인에 검 출신 포진…봐주기 검증 아니냐"
국가수사본부장직에서 발령 취소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교폭력(학폭) 문제가 현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기존 검증 방식으로는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보고, 적법한 선에서 검증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인사 추천과 검증을 책임지는 대통령실 인사라인과 공직기강비서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등에 포진한 검찰 인맥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26일 언론 브리핑에서 "공직자 검증은 공개된 정보, 합법적으로 접근 가능한 정보, 세평 조사를 통해 이뤄지는데 이번에 자녀 문제이다 보니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검증에서 문제를 걸러내지 못 한 부분에 아쉬운 점이 많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라며 "합법적 범위에서 개선 방안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사태의 결정적 요인이 된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문제는 인사검증 대상이 아니어서 자세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로 도입한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를 통해 본인,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관계된 소송, 검증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특이사항 등을 물었으나, 정 변호사가 아들의 잘못을 자발적으로 적어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생활기록부나 강제 전학 취소소송 판결문, 그의 학교폭력 사건을 익명으로 다룬 5년 전 언론보도 등이 엄밀한 의미의 공적 검증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피해 학생이 극심한 정신적 충격 속에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한 것과 달리, 정작 정 변호사 아들은 2020학년도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에 진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치솟는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공정의 가치를 강조해온 윤석열 대통령도 입시 제도 틈새를 파고들어, 학교 폭력 가해 전력의 아들을 명문대에 진학시킨 불공정 사례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전례 없이 신속하게 발령을 취소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대통령실이 대응 방향을 재빨리 인사 검증 제도개선 쪽으로 설정한 것은 그만큼 거센 국민적 공분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현 정부 핵심 인사라인 문책론이 불거지고 있다. 공직인사 추천과 검증을 책임진 대통령실 인사기획관(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 인사비서관(이원모, 전 대전지검 검사), 공직기강비서관(서울중앙지검 검사) 등이 검찰 출신으로 과거 한솥밥을 먹던 정 변호사를 걸러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검찰 출신에게는 인사검증 '프리패스'가 주어지나"고 공격했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인사검증관리단이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 산하라는 점도 거론된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정 변호사 사퇴로 끝날 게 아니다"며 "한 장관은 인사검증을 했는지, 했다면 (아들 관련 논란은) 왜 빠트렸는지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