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결은 되겠지만…” 끝없는 ‘이재명 리스크’에 뒤숭숭한 민주
민주당, 체포동의안 하루 앞둔 26일에도 “압도적 부결”
그러나 지속될 사법 리스크에 당 내부 ‘부결 이후’ 걱정
대표직 자진 사퇴, 당헌 80조, 지지율 하락 등 악재 산적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하루 앞둔 26일 “검찰의 정치 영장을 압도적으로 부결하겠다”고 밝혔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169석의 민주당이 연일 내부 이탈표 단속에 나선 만큼 이 대표 체포안은 부결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는 부결 이후를 더 걱정하고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이번 체포동의안에 “정치검찰의 폭거”, “야당 갈라치기 의도”라며 연일 맹폭하며 부결 당위성을 내세우지만 실제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이재명 방탄’ 논란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MBN·넥스트리서치 조사(24~25일, 1007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키야 한다는 응답은 47.9%, 그 반대는 39.4%로 찬성 의견이 높았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6000만 원대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도 부결했다. 국회 다수당이 소속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사법체계를 무력화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다른 문제는 백현동·정자동 개발, 대북 송금, 변호사 대납 의혹 등 아직 진행 중인 이 대표 관련 수사가 상당수 남아 있어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때마다 체포동의안을 부결한다면, 여론 부담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검찰이 ‘살라미식’으로 체포동의안을 계속 국회로 보낼 것”이라며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부결시킬 건가. 검찰도 비판을 받겠지만, 더 비판 받는 건 민주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각종 비위 의혹 사건으로 법정을 오가는 장면 역시 당에는 ‘리스크’일 수밖에 없다. 당장 다음 달 3일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백현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 관련 1차 공판기일이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비명(비이재명)계 일각에서는 ‘체포동의안 부결 후 사퇴론’을 거론하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23일 한 인터뷰에서 “반명계의 기수인 설훈 의원마저도 이번에는 부결해야 한다고 (의원총회에서) 발표했다”며 “그건 이번에는 부결을 시키되 대표가 모종의 결단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공격의 선봉에 서서 “단 한 점의 부정행위도 없었다”는 이 대표가 조만간 당직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당헌 80조’를 둘러싼 당내 논쟁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헌 80조는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도록 하고 있는데, 지난해 8월 전당대회 국면에서 ‘정치 보복’ 사안에 예외 조항을 둔 바 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 사안 성격 자체가 검찰의 부당한 영장 청구이면서 윤석열 정권의 정적 제거이자 정치 공작”이라며 “정적 제거를 위한 야당 탄압, 정치 탄압이기 때문에 당헌 80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비명계에서는 “결국 이 대표 방탄용 당헌 개정이었다는 비판을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민주당의 가장 큰 걱정은 국민의힘에 뒤지는 당 지지율이다. 지난 17일 발표된 한국갤럽 2월 3주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국민의힘 37%, 민주당 30%로 오차범위 밖까지 처지기도 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당력을 집중하는 대가로 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경우 이 대표 체제의 ‘원심력’은 지속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